대상포진이라니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by Kimplay

시간이 갈수록 팔뚝 안쪽이 쓸린 듯 아팠다.

왼쪽 겨드랑이가 쿡쿡 쑤셔서 계속 신경이 쓰였다.

관련 증상에 대한 첫 검색에 발견한 댓글,

'한쪽만 아프면 대상포진을 의심해 보세요.'


'하.. 설마 아닐 거야.'

대상포진 검색과 동시에 무서운 병변 사진 통증에 대한 후기들이 쏟아졌다.

아니나 다를까 거울에 겨드랑이를 살짝 비춰 보니,

새끼손톱만 한 붉은 흔적이 보인다.

"아까는 없었는데,,"


2018년 상반기부터 안팎으로 시끄러웠던 몸 상태는

12월을 맞아 대미를 준비고 있었다.

'미리 당겨서 아프고 내년부턴 진짜 건강하자'라고

위로했지만 위로가 안됐다.


다음 날 아침, 붉은 자국은 더 번졌다.

이제 막 문을 여는 피부과에 뛰어 들어갔더 간호사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제가.. 대상포진에 걸린 것 같은데요. 하아. 대상포진.."

보여 달라는 말에 팔뚝을 보여 줬더니, 맞는 거 같단다.

진료실에 들어가 옷을 살짝 걷어 올렸는데, 의사가 확신했다.

"대상포진이네."


'아니, 50-60대가 주로 걸린다는 대상포진을

30년이나 당겨서.. 아 이럴 필요까지 없잖아.' 하는 답답함이 치솟았다.


과로했냐는 말에 지난 행적을 돌아보니,

나는 일을 마무리하고 한 달째 쉬는 중이었고,

생애 첫 PT를 시작한 지는 2주 차,

지난 일요일에는 3시간 동안 산책 수준의 등반을 했다.

하나 더, 8 체질 진단을 받고 4일째 체질식 중이었다.

열심히 건강 챙겨보겠다고 안팎으로 힘쓰다가 꼬꾸라지니 더 절망적이었다.




그래도 내 몸에 예민해진 덕분에 초기에 내원했고 빨리 약을 먹었다.

통증은 인터넷 후기보단 견딜만했다.
(자궁 색전술을 한 이후에는 모든 고통의 정도를 이것과 비교하는 버릇이 생겼다.

대상포진도 자궁 색전술보단 견딜만했다.)

1주가 지나니 수포에 딱지가 앉았고, 특히 심했던 겨드랑이 쪽은

2주가 지딱지가 앉았다. 통증은 잦아드는 듯하다가 다시 간지럽고 쑤셨다.


보통 2주에서 한 달이면 낫는다는데 그렇지 못했다.

가려움은 사라졌는데 쑤시고 저린 증상 때문의 질이 날개도 없이 추락했다.

대상포진은 변변치 않던 일상을 더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었다.


11월은 그야말로 대상포진의 달이었다.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대포전문가로 불렸다.

9월에 새로 태어나자마자 대상포진을 맞이하다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봤다.

없었다.
내게 이렇게 역경과 고난이 수시로 찾아온 연도는 없었다.




12월 중순이 되자, 살만해진 망각의 동물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계절 축제를 찾아보며

기분 전환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나는 새해 첫 주말에 갈 빙어축제 입장권을 예매했다.

12월은 빠르게 지나갔다.

크리스마스가 우리의 소망을 싣고 떠났을 때

나는 문득, 아직 생리를 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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