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겪게 된 임신의 다음 단계들

마의 9주를 넘겼다.

by Kimplay

산부인과에서 내게 온 지 4주 2일 된 아가를 만났다.

그제야 마음이 진정되고 슬그머니 웃음이 났다.

의사는 나의 과거 유산 전력 때문에 주사를 처방해 주었다. 유산 방지 주사.

안 맞을 수 없는 주사였다.


매일. 같은 시간. 안정기에 접어들 때까지 맞아야 했다.

스스로 제 살에 바늘을 찔러 넣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다.

손이 떨렸고, 마음은 더 떨렸다. 결국 나는 못했다.

남편이 우리를 위해서 용기를 냈고, 첫 자가주사를 맞던 날 나는 소리 내 펑펑 울었다.

아프고 서럽고 겁나고. 아기를 지켜야 된다는 걱정까지 물에 뒤섞였다.


"많이 아팠어? 미안해. 나도 떨려서."

남편의 말에 더 눈물이 났다.


그날 이후로 남편은 야근이 있어도, 회식이 잡혀도 꼭 집에 들렀다가 되돌아갔다.

그 걸음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그 시간들이 모여서 마의 9주를 넘겼고,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우리는 초기 유산의 위험에서 벗어났고, 더 이상 주사를 맞지 않아도 괜찮았다.

드디어 나도 본격적인 임산부의 길에 접어든 것이다.





20주까지는 행복과 불안이 6대 4였다. 경험치만큼 불안은 따라왔다.

시간을 달려서 '너를 내 눈앞에 두고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매일 생각했다.

20주가 넘어 배가 불러오고, 태동이 시작되자 아가를 더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제야 나는 불안을 좀 밀어내고 행복을 끌어안을 수 있었다.

초기 입덧을 지나, 아랫배 통증 구간을 넘어 만삭의 숨가쁨까지.

만삭 때는 꿈에서도 목이 졸려 숨을 팍! 하고 내쉬며 깨곤 했다.

그 정도로 숨이 답답한 게 2주 정도 지속됐다.

드디어 겪게 된 임신의 다음 단계들은 낯설고 힘들었지만, 고맙고 다행이었다.

아마도 아가는 나보다 더 촘촘하고 바쁜 단계들을 지나오고 있을 것이다.

30주가 넘어가자 내 바람대로 시간이 달리기 시작했다.

출산일이 다가올수록 병원에 가는 일은 더 잦아졌다.

"역아네요. 아가가 편한 자세로 있는 거니 너무 걱정 마세요."

출산이 다가오면 아가 머리가 아래쪽으로 향한다고 했다.

그래야 자연분만을 해 볼 수 있다.

자연분만을 선호하는 건 아니었지만, 이왕이면 자연스러운 쪽에 묻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병원에 갈 때마다 아가는 위를 향해 있었다.




문득 우리가 옛날에 만났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초음파도 없고, 수술도 없는 그런 옛날.

출산도 어렵고 생을 보장받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참 어렵고 소중한 인연이다. 우리가 이 시대에 만난 걸 감사하며

제왕절개 날짜를 잡았다.


두 번이나 임신에서 중도하차했던 내게,

드디어 임신의 마지막 단계인 출산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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