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이토록 대단하고 어려운 일

아가가 왜 안 울어요?

by Kimplay

출산하기로 결정한 곳은 대학병원이었다.

동네 병원에서 나의 유산 전력과 후유증으로 인한 시술, 수술 내역을 듣고는

의사가 토끼눈으로 날 보면 말했다.

"아, 그런데 자연 임신하셨어요? 다행히 임신을 하셨네요."


의사의 말이 머릿속을 쉽게 떠나지 않았다.

당시 임신을 유지하는데 우려되는 상황은 없었지만,

어쩌면 나는 특수한 산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28주에 대학병원으로 전원 하면서 코앞에 있는 산부인과를 두고

지하철을 타야 했지만 수고스럽지 않았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선택은 두고두고 기억될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출산 전날 입원을 했고 잠도 잘 잤다.

다음 날, 내 순서가 아침 두 번째에서 세 번째로 바뀐 것 말고는

꽤 차분한 출산 당일이었다.

순서가 밀린 것에 비해 빨리 재호출 됐고, 수술 대기실에서는 이렇게 되뇌었다.

'우리 오늘 만날 거야. 너무 놀라지 말고 알고 있으라고.'

배 위로 아가를 쓰다듬는 사이 차가운 수술장으로 이동했고,

진짜 시작이었다.





그런데 출산 직후,

나의 뜻밖에 물음은 "아가가 왜 안 울어요?"였다.


"소아과 의사 선생님 호출할게요."

의사의 안내에 머리가 멍해졌다. 움직일 수 없는 몸.

불안한 눈만 두리번대며 의료진에게 물었다.

"아가, 괜찮아요? 왜 안 울어요?"


나는 유산 트라우마로 인해 출산 직전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아가를 내 품에 안아야 비로소 해소될 마음의 병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아가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동안, 온몸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소아과 의사가 들어와 조치를 취했다. 곧 아가는 힘차게 울었다

다른 아가들보다 조금 늦게 울었고, 조금 늦게 움직였다.

마무리 처치를 하던 의사가 "울음소리 들으니 괜찮은 것 같네요." 하고 말했다.




바로 협진이 가능한 곳이라서 천만다행이었다.

다른 상황은 가정하기도 싫었다.

그 순간의 우리가 출산병원을 결정하던 과거의 우리에게

강한 신호를 보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의료진이 수술보에 싸인 아가를 내 머리맡에 데려고,

그제야 긴 시간 단단히 유착됐던 마음속 응어리가 녹아 흘러내렸다.


"해뜰아, 생일 축하해."

나는, 나의 아가에게

그토록 하고 싶었던 첫인사를 드디어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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