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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 후 조리원은 없나요?
14화
떠나온 아픔을 다시 찾아가는 길
내가 겪은 아픔이 위로가 된다면.
by
Kimplay
Jul 8. 2021
나에게 이 이야기를 쓰는 시간은
떠나온 아픔을 다시 찾아가는 길이었습니다.
유산 이야기만 하려다가 출산을 덧붙인 까닭은
오랜만에 찾아간 아픔에게 내 기쁜 소식을 전해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왜 유산 후 조리원은 없냐며 서러워하던 기억이 선연합니다.
사실 유산을 겪고 나면 몸과 마음을 다독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임신을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도 큰 일이지요.
나는 첫 임신 때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소파수술 전날도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현장에 있는 동료가 안부를 묻기에 살짝 귀띔했고,
일에 차질을 주기 싫어 상사에게는 말하지 않았지요.
그런데 전화기 너머 작업 관련 보고를 하는데 상사가 먼저 얘기를 꺼냈지요.
"저,, 들었어요. 괜찮아요?"
괜찮냐는 말에 눈물이 계속 흘렀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알리는 게 쉽지 않습니다.
이때는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고 마음만 아프거든요.
주변에 임신 종료를 알리며 눈물을 펑펑 쏟고 나면
다음은 병원, 보험 회사, 동네 보건소 등에서 전화가 옵니다.
임산부 등록이 돼 있으니 관련 정보들이 문자로도 오지요.
더 이상 임산부가 아님을 확인 사살당하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단련이 되긴 합니다.
'애기가 잘못돼서요.'라는 소심한 대답은 점점 정확하고 분명해졌습니다.
'유산을 했어요. 소파수술을 했습니다.'
마음이 아린 것은 똑같지만 말입니다.
그때의 아픔을 지나 여러 고비를 넘기며 출산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정리하다 보니
잊고 지낸 작은 순간들도 자세히 떠오릅니다.
수첩에 꽂힌 떠난 아이의 초음파 사진 몇 장을 어찌해야 할지 망설이던 날,
유산 후 유즙이 나와서, 너는 떠났는데 어쩌라는 거라며 방 안에서 펑펑 울던 오후,
악몽에서 깨면 남편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다시 잠들던 밤.
이제는 떠나온 슬픔이 되었지만,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일들이기에
이곳에 남깁니다.
나는 내 아픔이나 기쁨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편이 아닙니다.
나의 불행을 자신의 불행과 비교하며 안도하는 건 정말 싫었습니다.
하지만 그 안도가 위로가 된다면, 기꺼이 나
눠
보고 싶습니다.
어렵고 힘든 날을 보내고 있을 이들에게
내가 겪은 아픔이 위로가 되고,
이 이야기의 결말 또한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아픔으로 시작된 이야기를 해피엔딩으로 끝낼 수 있어 고맙습니다.
나의 이야기를 읽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keyword
희망
아픔
극복
Brunch Book
유산 후 조리원은 없나요?
10
대상포진이라니
11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
12
드디어 겪게 된 임신의 다음 단계들
13
출산. 이토록 대단하고 어려운 일
14
떠나온 아픔을 다시 찾아가는 길
유산 후 조리원은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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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각 충전 에세이 <콧구멍워밍업> 저자 내가 겪은 낯선 일들과 계속 머물고 싶은 평온한 일상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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