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고 말하기도 더운 여름 오후, 아이들을 데리러 어린이집으로 간다. 해는 꼭대기에서 내려오는 중이지만 여전히 덥다. 매미는 빽빽 울고, 사방에서 잡아당기는 더위 탓에 걸음이 느려진다.
계단을 내려와 후끈하게 데워진 길을 걷는데 뭔가 탁, 하고 발에 부딪쳤다. 들여다볼 새도 없이 작은 돌멩이나 떨어진 나뭇가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보니, 그 자리에 매미가 누워 버둥대고 있다. 몸이 부르르 떨리고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좀 전에 내가 저 매미를 찬 건가, 그래서 몸이 뒤집힌 걸까.’
여름 해가 길게 내리고 있었다. 가뜩이나 더운데 이마 끝에서 땀이 바짝 난다. 양손에 쥔 아이들의 손을 꼭 잡는다. ‘뒤집어줘야 되는데, 저대로 두면 말라죽을 건데.’
마음으로는 수없이 되뇌었지만 몸이 안 움직인다. 도저히 매미에게 다가갈 수가 없었다. 나는 곤충이 무섭다. 기껏해야 어릴 때 친구들 사이에서 잠자리 날개를 한 번 잡아봤을 뿐이다. 게다가 자전거를 처음 배운 어느 가을에는, 몸에 와 부딪히던 날벌레가 무서워 자전거 타기를 그만둘 정도였다. 탁탁,
탁. 행동을 미루는 사이 매미는 지나가던 아이의 발에 무심히 차였다. 차인 김에 되집혔으면 좋았겠지만 그대로였다. 점점 초조해지는데 첫째와 눈이 마주쳤다.
“저게 매미거든? 근데 뒤집혀서 못 날아가고 있는 거야. 엄마가 뒤집은 것 같기도 해. 근데 곤충을 무서워해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
설명 끝에 묻고 있었다. ‘어떡하면 좋을까?’ 어쩌면 ‘넌 혹시 매미 잡을 수 있어?’라는 기대가 섞였을지도 모른다. 어느 가을의 자전거 타기처럼 포기할 수가 없었다. 다가가다가 ‘찌르르’ 하고 날개를 터는 소리에 움찔하고 돌아온다. 매미는 어서 도우라고 재촉하고 있었다. 용기가 안 나서 입술만 잘근대고 있는데, 마침 택배 아저씨가 수레를 끌고 나타났다.
‘오, 제발.’
나는 주저 없이 두 손을 모으고 부탁했다.
“아저씨, 매미 좀 뒤집어 주시면 안 될까요?”
당황한 표정으로 걸어오는 택배 아저씨를 보며, 나처럼 매미를 무서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일단 시작했으니,
“제 발에 차여서 뒤집힌 것 같은데 가까이 가질 못하겠어요.” 하고 부끄러운 설명을 마친다. 고맙게도 아저씨는 내 말과 손짓을 주의 깊게 봐주셨다.
“참매미네요. 나무에 붙여줘야겠다.”
아저씨 덕분에 몸을 일으킨 매미가 가까이 있던 나무에 매달렸다. 내 발끝에서 시작된 매미의 불행이, 아저씨의 손끝에서 다행으로 끝났다. 참매미였구나.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매미가 걸음마하듯 무성한 잎 사이로 아장아장 사라졌다. 우리는 계단을 올라가며 나무를 오르는 매미의 모습을 끝까지 지켜봤다.
“매미가 집으로 간 거야?”
“응, 다행이다. 우리도 가자.”
평소보다 더디고 더웠던 여정을 마치고 집에 도착했다. 지친 아이들이 어린이집 가방을 메고 드러눕는다. 그러다 불편했는지 금세 일어나려고 팔다리를 휘젓는다.
“엄마, 나 좀 일으켜 줘.”
버둥대던 매미가 떠오른다. 처음 맞이한 여름이었을 것이다. 매미를 지나치지 못한 이유는 미안함이었을까? 아니면 모성이었을까?
매미는 오랜 시간, 땅 속에서 지내다가 여름에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한 달간 짝을 찾아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한다. 무려 오 년을 기다리다 여름의 절정에서 한 달을 살고 떠난다. 알고 들으니 매미소리가 다급하고 애가 탄다. 그때 맴맴, 소리가 아주 가까이에서 들린다.
“엄마, 너무 시끄러워. 여름 싫어.”
방충망에 매미가 붙은 모양이다. 집이 매미소리에 갇힌다. 쨍한 매미 소리는 정말 시끄러웠지만, 저 많은 매미 중에 우리가 구한 매미가 있다고 생각하니 좀 다정한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