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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큐 Dec 02. 2021

삼성전자만 생각하는 투자자들에게 PART2

미세공정 기술에 대한 이해

삼성전자가 주가가 최근 조금 반등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오미크론 변이가 증시에 변수로 떠올랐. 금융시장은 불확실성을 제일 싫어한다고 말씀드린 적 있죠. 오미크론 변이를 기존 백신이 잡을 수 있을지 또 확산 속도나 치명률은 어느 정도인지 아직 모든 게 불확실하잖아요. 한두 달 지나면 과학자들이 이것저것 밝혀내고 또 진단 회사나 제약사들이 이런저런 대응책을 내놓겠지만 그 한 두 달 혹은 더 길어질지도 모르는 기간의 불확실성이 시장은 싫은 거죠.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니 "일단 팔고 현금을 확보하고 보자" 이게 최근 시장의 분위기입니다.


삼성전자 주가 향방을 얘기하려고 이번 글을 시작한 건 아닙니다.

지난번에 '삼성전자만 생각하는 투자자들에게(https://brunch.co.kr/@kimq/53)'라는 글을 통해서 간략하게 반도체 회사들을 구분하는 방법과 최근의 반도체 산업의 변화(흐름)를 짚었습니다.

삼성전자만 보지 말고 이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웃고 있는 회사(반도체 IP)들에 관심을 가져보라는 요지의 얘기였습니다. 삼성전자가 나쁜 회사여서가 아닙니다. 주가적인 측면에서는 더 성과가 좋을 기업들이 얼마든지 있다는 의미에서였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난 삼성전자가 좋다 또는 이미 삼성전자의 주주라면 앞으로 무엇을 봐야 할까요? 그런 관점에서 오늘은 PART2를 준비했습니다. 미세공정 이야깁니다.


미세공정? GAA?

최근 삼성전자가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다는 뉴스가 크게 보도됐습니다. 20조 원이나 되는 돈을 투자해 텍사스 테일러시에 공장을 건설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렇게 큰(?) 뉴스가 나온 날 삼성전자 주가는 별 반응이 없었죠? '알려진 재료는 재료가 아니다'라는 주식시장의 격언을 떠올리면 이해가 좀 됩니다. 투자가 확정됐다는 것만 새로울 뿐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을 거다는 것과 투자규모 등은 이미 시장에 알려진 내용이었으니까요.

다만 그날 쏟아진 뉴스 속에서 우리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은 있습니다. 바로 미세공정과 GAA입니다. 미세공정? 그건 너무 많이 나온 얘긴데라고 생각하신다면 지금부터 한발 더 들어가서 이해해 보자고요.

많이들 들어보셨겠지만 미세공정은 반도체를 제조하면서 같은 면적에 더 많은 회로를 그려 넣는 기술을 말합니다. 반도체의 크기는 작아지는데 더 강한 성능이 요구되거든요. 이런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같은 면적에 더 많은 회로를 그려 넣어야 하는 거죠. 5나노네 3나노네 하는 것들이 바로 그려 넣는 회로의 두께라고 보시면 됩니다. 나노(nm)라는 단위는 10억 분의 1미터, 머리카락 굵기의 10만 분의 1 수준이라고 하니까 정말 미세한 거죠.

그래서 초미세공정이란 표현도 쓰입니다. 그럼 GAA는 뭘까요? 기사를 보면 "삼성전자가 차세대 반도체 기술로 꼽히는 GAA(Gate All Around)도 선제적으로 도입해..."라고 써 있거든요. 뭔가 차세대 기술이라고 하니까 좋은 느낌은 나는데 뭐하는 기술인지는 잘 모르겠잖아요. GAA는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 기술을 말하는데 이렇게 얘기해봐야 알 길이 없으니 조금 쉽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미세공정=고속도로 차선, GAA=톨게이트 요금소

조금 비약일 순 있겠지만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이렇게 생각해 봅시다. 전류가 흐르는 회로를 도로라고 보고 미세공정이라는 건 이 차선을 많이 그리는 작업입니다. 도로 중간에는 톨게이트의 요금소 같은 트랜지스터가 있습니다. 이 트랜지스터는 전류의 흐름을 조절합니다. 고속도로의 차선이 많아지면 훨씬 많은 차들이 지나다니게 되죠. 그런데 톨게이트 요금소는 그대로라면 어떤가요? 가끔 경험하잖아요 톨게이트 통과할 때 막히는 병목 현상 말이죠. 차선을 아무리 많이 많이 그려 넣어도 톨게이트 요금소가 그대로라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과거엔 그래서 고속도로 요금소를 같이 늘렸죠. 그러다가 어떻게 됐나요? 하이패스라는 게 등장했습니다. 사람들이 일일이 요근 징수를 하는 것보다 기계가 바로 인식하는 훨씬 빠르거든요. 요즘은요? 게이트 구분을 없애고 고속도로 위쪽에 하이패스를 감지하는 단말기들을 여러 대 달아 놓는 방식으로 바뀌었죠. 차량 흐름은 훨씬 원활해졌습니다. GAA는 바로 업그레이드된 하이패스 기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플라나-핀펫-GAA

트랜지스터 구조의 진화

미세공정 기술이 말 그대로 초미세공정으로 들어오면서 반도체의 면적을 줄이고 처리속도를 높이고 전기는 덜 먹고 발열을 줄이기 위해 트랜지스터 구조기술도 업그레이드가 돼 왔습니다. 그 기술들의 이름이 플라나(Planar) 그리고 핀펫(FinFET), GAA입니다. 순서대로 업그레이드된 기술이라고 보시면 되는데, 플라나가 22 나노쯤에서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이게 2010년 정도입니다. 이때 인텔이 들고 나온 게 핀펫이죠. 10여 년을 핀펫 기술로 잘 버티다 요즘 4~5 나노로 미세공정 기술이 진입하자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한 거죠. 그래서 등장한 게 GAA입니다. 이쪽 분야의 전문가들 설명에 의하면 핀펫의 핀은 샥스핀 할 때 그 핀이라고 합니다. 실제 약간 삼각형 모양으로 생겨서 전류의 접촉면이 3면에서 일어난다는 거죠. GAA는 영문으로 보면 Gate All Around의 줄임입니다. 짐작하시겠지만 전면 그러니까 모든 면에서 접촉이 일어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4면이라고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자 여기까지. 우리 더 깊이 들어가지는 말자고요^^


3 나노에 GAA로 치고 나가는 삼성

아직 GAA를 실제 반도체 생산공정에서 적용한 곳은 없습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반도체 양산에 GAA를 도입하겠다고 한 거죠. 내년 상반기 3 나노부터 GAA를 도입하겠다고 이미 발표를 했어요. 그래서 현재 짓고 있는 평택 생산라인이 3 나노급 GAA 기술이 도입된 공정일 걸로 보고 있습니다. 2024년부터 가동에 들어갈 예정인 미국의 반도체 공장도 최첨단으로 짓겠다고 했으니 아마도 3 나노급에 GAA가 도입된 공정일 겁니다. 현재 삼성과 치열한 미세공정 싸움을 하고 있는 TSMC가 5 나노 핀펫 공정이거든요. 이들은 3 나노 공정에도 핀펫 기술을 적용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GAA는 2 나노 공정에서나 가능하다 이렇게 말이죠.


삼성전자는 뭘 노리고 우리는 무엇을 주목해야 하나?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글로벌 1등 기업입니다. 하지만 지난 글에서 말씀드린 대로 최근 반도체 시장은 비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급격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삼성도 이 때문에 파운드리라 불리는 위탁생산 분야를 키우려 하죠. 미세공정 싸움은 결국 이 파운드리 시장을 놓고 벌이는 경쟁입니다. 구글, 애플, 아마존 등 내로라는 빅테테크 기업들이 자신들만의 맞춤형 반도체를 설계하고 어딘가에 생산을 맡길 텐데 "우리는 3 나노에 GAA 기술이 적용된 걸로 만들어 줄 수 있다"라고 영업을 하겠다는 거죠. 이론적으로 GAA 기술을 적용하면 반도체 효율은 50%, 성능은 35%가 좋아지고 면적은 40%를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성능은 30% 이상 좋아지는데 전력 소모나 열은 절반 정도나 줄고 반도체 크기도 40%나 줄일 수 있다는 얘깁니다.


현재 파운드리 시장의 1등은 TSMC입니다. 시장 점유율이 52% 정도죠. 삼성전자는 이 시장에서 17%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3 나노 GAA기술만으로 이걸 뒤집긴 힘듭니다. 다만 이런 치고 나가는 전략이 시장에서 먹힌다면 이 점유율 차이는 좀 줄어들 겁니다. 그러려면 3 나노 GAA 공정을 통해 생산된 반도체들의 수율이 잘 나와야 합니다. 수율은 불량이 나오는 비율 정도로 이해하시면 좋습니다. 일단 1~2년 안에 파운드리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이 20% 위로 올라오는 게 급선무입니다.


제가 미세공정과 GAA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신 전자신문 권동준 기자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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