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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연 Apr 12. 2018

관내분실 - 김초엽

관내분실

김초엽


우연한 기회였다. 영풍문고에서 무심코 집어 든 조그마한 책자는 무료로 배포하는 작품집이었다. 제 2회 한국 과학 문학상 수상 작품집이라더니, <관내분실>이라는 작품 하나만 있었다.


내용은 이러했다. 죽은 사람의 의식을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이 있는 어떤 미래에 주인공은 정작 엄마의 의식(마인드)이 관내에서 분실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으려 애쓴다. 결코 자신을 사랑해 주지 않았던 엄마의 모습을 되새김질하며, 엄마의 마인드를 마주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사유하다가 끝내 마주친 엄마의 마인드에게 "이해한다"라고 말을 하며 마무리 짓는다.


단편이기 때문에 매우 짧고, 그런 만큼 강렬했다. 결말이 다소 진부하다면 진부하지만, 내용 곳곳에 녹아있는 SF적인 상상력과 페미니즘적인 고민들이 이를 무색게 했다.

사람의 의식을 업로드할 수 있는, 그리고 엄마와 아기의 몸에 전혀 해롭지 않는 입덧 보조제가 있는 그런 세상임에도 여성은 임신을 하면 휴직을 권고받으며 "그래도 처음에는 엄마가 곁에 있어 주어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기술의 발전이 사람들의 삶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면서 동시에 죽음에 대한 재정의를 하게 해주었지만, 결국 성차별은 미묘하게 남아 있는 세상인 것이다.


나도 글을 쓴다면 이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거듭하면서 읽게 되었다. 김초엽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어 졌다.






Copyright. 2018. 윤해후.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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