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선더볼트
아베 가즈시게 / 이사카 코타로
이 책을 구입하기까지의 오랜 망설임을 생각하면, 역시 이 책은 읽지 않는 게 나을 뻔했다는 뻔한 생각이 들게 된다. 이사카 코타로의 팬이라 그의 작품을 모두 읽고 싶은 강렬한 마음이, 그가 공저한 이 책을 읽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마음과 결이 다르지 않았다. 그의 색을 온전히 지키며 다른 작가와 호흡을 맞춘 책이라니, 어떤 색깔일까 궁금한 마음과, 혹시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의 냉정과 열정 사이 같은, 서로의 시각 차이를 드러내 주는 그런 구성인 건가 싶은 생각이 오랜 갈등을 일으켰다. (물론 냉정과 열정 사이를 읽어보진 않았다.)
캡틴 선더볼트는, 유소년 시절 야구단을 함께 한 소년들이 자라나 청년이 되어 말도 안 되는 사건에 휘말리며 고군분투하다 결국 '세상을 지켜내는' 이야기다. 이사카 코타로 특유의 흡인력 있는 이야기 전개는 두 권의 서사를 이어주며 손을 뗄 수 없게끔 만들어 주었다. 아베 가즈시게라는 작가의 작품을 읽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의 스타일을 언급할 수 없는 게 조금 아쉽긴 하다.
이 책은 두 명의 작가가 각 파트를 나누어 쓰고, 각자의 파트를 서로 검수해주며 진행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전반적으로 문체의 차이를 확연히 구별해 낼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이사카 코타로의 덕후라고 하면 덕후라고 할 나에게는, '아 그래도 이 부분은 이사카 코타로가 썼구나!'하는 것들이 군데군데 보였다. 그의 손길이 묻어났다고나 할까.
아쉬운 점만 눈에 두드러지는데, 터무니없는 음모론과 말도 안 되는 스케일이 너무 어설프게 이어지는 것들과 조금 덜 치밀한 구성 등이 이사카 코타로 만의 장점을 많이 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역자가 급하게 마감을 했는지, 곳곳 툭 튀어나온 오탈자도 굉장히 거슬렸다.
추천을 하시겠냐고 하면, 글쎄, 적극 추천하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고, 시간 때우기 혹은 궁금증 해소용 정도로 적당한 수준이 아닐까 싶다.
곧 이사카 코타로의 신작 악스Ax가 한국에 출간되는데 지금 그것만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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