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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연 Apr 11. 2019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

그 날의 '검은 시위', 낙태죄 폐지를 위해 한 걸음 더

4월 11일. 우리는 오늘을 기억할 것이다.


http://www.yonhapnewstv.co.kr/MYH20190411011300038/?did=1825m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가 헌법 불합치라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날, 낙태죄 폐지를 외치는 검은 시위에 갔던 나는, 오늘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다. 낙태죄로 의사를 처벌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하면서 여성을 처벌하는 부분만 헌법 불합치라고 하는 것(의도가 너무 투명해서) 그리고 합헌을 주장했던 논거 하나로, '우리 모두 태아였다.'는 문장이 가장 처음 등장한 것 등. 그렇지만 세상은 좀 더 나아졌다. 우리는 더 나은 세상으로 걸어가고 있다.


2005년 호주제가 폐지되기 전까지, 큰 반대가 있었다. 호주제가 폐지되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사람들이 들고 일어섰다. 낙태죄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낙태죄가 폐지되면 여성들이 낙태하기 위해 섹스한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정작 80-90년대에 있던 여아 성감별 낙태에 대해서는 함구한다. 이 때도 낙태죄는 불법이었지만 국가에서는 낙태를 한 사람들을 묵인해주었다. 사실 헌법 불합치가 오늘 선언되기 전까지도, 낙태를 시술한 의사와 낙태를 한 여성들을 적극적으로 처벌하지는 않아 이 법은 사문화되기 직전이었다. 경찰에 신고가 들어가야 겨우 수사를 하거나 유야무야 넘어가거나. 그리고 낙태죄가 단죄하는 이들 - 어쩔 수 없이 낙태를 선택한 여성들을 보면 이 법이 의도하는 것이 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낙태죄를 악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헤어진 여자 친구가 낙태한 것을 신고한 남자들)는 너무 닳고 닳아서 지겨울 정도다.


오래 걸렸다, 66년.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 멀지만, 이제 한 걸음 더 내디뎠다. 태아의 생명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이미 태어난 사람들을 책임지는 것이 급선무다. 아이를 임신한-임신할 가능성이 있는-임신을 했던-임신할 가능성도 없는-모든 여성들을 포함하여, 이미 태어난 아이들을 위한 세상이 하루빨리 도래하기를 기원한다.



(불일치라고 오타가 나서... 불합치라고 다시 쓰고 2배로 문자 후원했다!)



여성민우회 문자 기부 #25403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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