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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도 한번 살아보지, 뭐

15. 대도시의 대중교통

by 희연

캐나다에서도 한번 살아보지, 뭐

15. 대도시의 대중교통


토론토의 대중교통은 TTC다. Toronto Transit Comission의 앞 글자를 따서 티티씨, 라고 부른다. 토론토 지역을 아우르는 버스와 지하철을 아울러 이르는 표현이다.

나의 첫 TTC 이용은 장을 봤던 셰퍼드에서 임시 숙소가 있는 핀치까지였고 겨우 두 정거장 떨어진 곳이었다. 버스보다는 직관적으로 이용이 가능한 지하철을 타야겠다는 생각으로, 표지판을 따라 지하로 지하로 내려갔다. 한국에서도 많이 봤던 지하철역 입구가 등장했고 별다른 어려움 없이 기계에서 교통카드를 발급받고 돈을 충전했다. 토론토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는 프레스토Presto라고 불리는데, 토론토 시내뿐만 아니라 토론토 근교인 GTA(Great Toronto Area)에서 모두 이용이 가능했다.


토론토에서 첫 교통카드를 발급받는데, 호주를 갔던 옛 기억이 떠올랐다. 처음 호주를 갔던 게 2012년이었는데, 그때 호주 시드니에는 교통카드라는 시스템이 없었고 매번 기계에서, 혹은 창구에서 교통비를 지불하고 종이로 된 표를 구매했어야 했다. 하루 단위, 일주일 단위로 표를 구매하기도 했고 학생인 걸 증명하면 할인된 표로도 구매할 수 있었다.

두 번째 호주 시드니를 간 건 2014년이었고, 그때 막 교통카드인 오팔카드Opal Card가 시드니에도 도입된 참이었다. 처음 갔을 때는 한국보다 조금 뒤처진 시스템이 우스웠는데, 빠르게 새 교통카드 시스템을 도입했던 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https://blog.naver.com/lo_de_lolita/220170076172 당시 오팔카드에 관해 썼던 블로그 글.


이런 경험 때문이었는지 막연하게 토론토의 교통 시스템이 한국만큼(정확히는 서울만큼) 잘 되어 있을 거라는 기대가 없었다. 외국 여러 지역을 다녀본 한국인들이 입을 모아 말하던 게, 한국만큼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는 나라는 없다는 것이었는데, 나의 짧은 경험에서도 그 지점에는 어느 정도 동의하던 차였다.


토론토는 그런 내 기대 이상이었다. 교통카드 시스템은 이미 존재하고 있었고, 시설 또한 오래되긴 했지만, 한국보다 뒤처진다는 인상도 없었다.

서울 지하철 역마다 존재하던 안전문 같은 건 없었지만, 아직 다운타운을 가보지 않아서 이 정도로 사람이 없는 플랫폼이라면 안전문이 없어도 위험하진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열차가 들어오는 선로 근처로는 무서워서 가까이 다가가지는 못했다.


내부 역시 특이한 점을 꼽을 만큼 특징적인 것 없이 넓고 쾌적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사색에 빠져 있거나 휴대폰을 보거나, 책을 읽거나 하고 있었다.


토론토에 사는 한국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TTC를 '탈(T) 테면 타(T) 봐라 C발' 이라고 부른다. 재밌는 점은 비한국인 토론토 사람들도 'Take The Car(그냥 차를 타)'라고 부르며 토론토 대중교통을 그다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하철 내에서는 휴대폰이 안 터진다는 걸 익히 들어 예상하고 있었고, 이 외에 딱히 이렇다 할 불편한 점을 처음에는 느끼지 못했다.


토론토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몇 가지 불편한 상황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TTC 지하철은 공사를 이유로 자주 운영을 중단했고, 운영이 중단된 거리는 셔틀버스를 운행했는데 이 셔틀버스로는 어떻게 해도 도저히 지하철 이용객을 한 번에 수용하기 어려운 모양이었다. 매번 사람들이 꽉 들어차서 타기 일쑤였고, 지하철보다 도로를 이용하면 길은 더 자주 막혀 평소보다 이동 시간이 몇 배는 더 걸리기도 했다.

버스라고 마냥 편하기만 하지도 않았는데, 정거장을 건너뛰는 급행버스에 익숙해지기까지도 시간이 조금 걸렸다.


분명 서울의 지하철이나 버스보다 불편한 점이 더 많게 느껴지는 지점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토론토의 TTC에는 느긋함이 진득하게 묻어 있었다. 나조차도 느긋하게 만들어주는, 그래서 어디든 늦어서 마음이 조급해졌다가도, 이런 게 토론토의 생활인가 봐, 하게 만들어주는 감각이었다.

늦으면 어때, 어떻게 가든 잘 도착만 하면 됐지.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건 사실 조금 더 나중의 이야기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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