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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도 한번 살아보지, 뭐

16. 수학 평가 시험과 국제학생 환영 행사

by 희연

캐나다에서도 한번 살아보지, 뭐

16. 수학 평가 시험과 국제학생 환영 행사


학기기 시작하려면 일주일 가량이 남은 시점이었다. 시간표는 다 정해졌지만, 필수 과목인 수학은 평가 시험인 Skill Assessment를 쳐야 시간표를 등록할 수 있었다. 평가 시험은 온라인에서 날짜와 시간을 골라서 예약하면 됐다.


수학을 좋아했던 편은 아니었는데, 중, 고등학교 다닐 적에 수학 성적이 나쁘진 않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첫 중간고사 수학 점수에서 터무니없는 점수를 받았던 걸 제외하면, 그럭저럭 중간 정도는 했던 것 같다. 아직도 그 중간고사 이후 첫 수학 시간에 수업에 들어오신 선생님이 했던 말이 잊히지 않는다. 교탁에 채점한 시험지를 던지듯 올려놓으시며, 강한 경상도 어조로 이렇게 쏘아붙이셨다.

"이 반에 여자 축구부가 둘이나 있네."

나름 축구부가 유명한 학교였고, 남자로만 구성된 축구부원들은 학교 수업을 듣지 않으니 성적이 좋을 리가 없었다. 여자반이었던 우리 반에서 그 축구부와 견줄만한 성적을 뽐내는 학생이 둘이나 나온 건데, 그중 하나가 나였다. 그 이후로 절치부심해서 수학 성적을 올렸나 하면, 그건 아니었다. 학교 내신 수학은 그대로 놔 버렸던 것 같다. 그래도 어찌어찌 중위권 정도는 나왔던 건 신기했지만.


수학의 악몽을 떠올리며 이 평가 시험이 얼마나 어려울지 지레 겁부터 났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별로 어렵지 않다는 말이 다수였지만, 어려운 수학 문제를, 심지어 영어로 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지는 않았다. 학교 홈페이지에 있는 예상 문제를 미리 프린트해서 풀어보기 전까지는 그렇게 겁먹은 채였다.

겁먹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문제가 어렵진 않았다. 모르는 영어 단어 때문에 조금 애를 먹었을 뿐, 문제 자체는 단순한 사칙 연산 수준이었다. 덕분에 자신감이 붙었다.


시험은 8월 26일 낮 1시 반으로 예약을 했다. 처음 방문하는 학교였고, 나는 길치니까 좀 더 일찍 가서 기다리고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숙소를 나섰다. 숙소가 있는 핀치 역에서 학교까지는 39번 버스를 타면 한 번에 가는 곳에 있었다.

이때는 아직 버스 노선이 익숙지 않아 숫자 뒤에 알파벳이 무슨 의미인지, 숫자 앞에 숫자는 또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해서 구글이 알려주는 39번 버스를 탔다. 나중에 알게 된 바로, 939는 같은 노선이지만 급행으로 운행되고, 뒤에 A, B, C, S 하고 붙는 건 같은 노선이지만 종착역에 따라 조금 더 멀리까지 가느냐의 차이가 있었다.


학교는 넓었다.

버스에서 안내 음성, Seneca College가 나오니 내가 내릴 곳인 것을 알았다. 곧바로 눈에 띄는 학교 간판 덕에 거기서는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었지만, 학교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지 못해 헤매고 말았다.

버스에서 내려서 학교를 소개하고, 건물 입구를 찾아 걷는 내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었는데 거의 십여 분을 헤매며 계속 막다른 곳으로만 걷다 보니 다급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시험 시작 전에 넉넉하게 나온 게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학교는 컸고 건물은 여러 동이었으며, 일단 입구를 찾아 들어가면 모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것은 알았다. 우여곡절 끝에 입구를 찾기 전까지는 한여름인데도 식은땀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에서 졸업한 모교의 정경대 건물이 세상에서 제일 이상하고 복잡한 구조의 건물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 건물은 한쪽 입구로 들어가면 2층이었고, 가운데 입구는 지하 같은데 1층으로 통했으며, 반대쪽 입구는 곧바로 3층 강의실로 이어졌다. 그 건물의 옆에 붙어있는 다른 건물 입구로 들어가서 두 층을 오르면, 정경대 건물 5층과 곧바로 연결된 구조였다.

세네카에 비하면 모교의 정경대 건물은 영유아용 미로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두 학기를 내내 다니며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 시작했는데 코로나 이후로 학교를 다시 가본 일이 없어, 거의 익숙해진 학교 구조를 다시 까먹은 지경이다.


같은 날 시험을 예약한 친구 S의 도움으로 시험장을 무사히 찾아갔고, 시험도 어렵지 않게 쳤다.

학교에 온 김에 처리할 수 있는 업무를 처리하라는 것도 이 친구의 조언이었다. 학교 생활의 필수라면 필수인 학생증을 재빠르게 발급받았다.

학기가 시작하기도 전이었고, 학교에 사람이 많지 않았던 덕분에 오래 기다리지 않고 받을 수 있었다. 학기 시작 후에도 발급받을 수 있었지만, 그때쯤이 되니 발급받으려는 사람이 많아져서 길이 아주 길었다.


학기 시작 전에 학교를 방문할 기회는 한 번 더 찾아왔다. 국제학생 환영 행사가 있는 8월 30일이었다. 이 또한 오전과 오후 두 시간대로 나뉘어서 예약한 시간에 참석할 수 있는 행사였는데, 오전 10시로 예약을 했고, 그래도 환영회라고 하니까 나름 예쁜 옷을 잘 차려입고 갔다. 늦지 않도록 급행 버스인 939번을 탔고, 다행히 제시간에 도착했다.

행사장 찾는 건 더 쉬웠다. 많은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 가는 곳을 호로록 따라가면 되었다. 조금 작고 귀여운 파티 느낌의 행사일 거라 예상했었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더 컸고, 파티보다는 국제 학생들을 위한 어떤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지를 알려주는 설명회에 가까웠다. 꼼꼼히 메모까지 하며, 비싼 돈을 들여 다니게 된 학교니까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은 다 이용해보자고 결의를 불태우기도 했다.


막상 다니면서는 내 게으름 때문에 제대로 써먹지 못하게 된다는 걸 이때는 몰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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