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연 Apr 18. 2022

시소 몬스터 - 이사카 코타로

두 세계의 충돌, 대립과 이해.

시소 몬스터

이사카 코타로


P. 423. "대립하는 사이라도 상대를 이해하고자 노력은 할 수 있어. 그래, 상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건 중요한 일이야. 대립하면 상대를 왜곡해서 보게 되니까 말이지."


공교롭게도 이 책을 다 읽은 날은 박경석 전장연 대표님과 이준석의 토론회가 있던 날이었다. 그런 걸 '토론회'라고 이름 붙여도 되는가 싶을만큼 기울어진 운동장의 모습 그대로를 따왔었지만. 박경석 대표님은 시종일관 상대방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모습을, 어떻게든 설득시키기 위해 논리적으로 문제를 짚고 넘어가려 했지만 이준석은 대표님의 말 꼬투리나 잡으며 논점을 흐리기에 바빴는데, 이 구절이 너무 아프게 와닿았다. 대립하는 사이에서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게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 놈의 세상은 꼭 약자는 강자를 이해하고 배려하지만 강자는 약자를 향한 이해와 배려, 포용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사카 코타로의 <시소 몬스터>는 두 가지의 이야기로 이루어져있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을 다룬 '시소 몬스터'와, 어린 시절에 겪은 같은 사고로 대립하게 되는 두 청년의 이야기인 '스핀 몬스터'.

고부 갈등이라는 것이 한국에만 존재하는 고유의 문화(!) 쯤으로 여겼는데 <시소 몬스터>에서 그리는 고부 갈등을 보니 동양의 보편적인 감성인가, 하는 생각이 들 뻔도 했다.


<시소 몬스터>를 읽으며 생각난 작품이 하나 있었는데, 다음 웹툰인 <유부녀 킬러>다. 제목만 봤을 땐 유부녀만 골라서 살인을 저지르는 사이코패스 이야기인거 했던 이 웹툰은, 유부녀인 킬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는데 꽤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미스터&미세스 스미스>라던가 <7급 공무원>같은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다. 물론 책 내용과는 전혀 상관 없고 단순히 '스파이'인 아내가 주연으로 나오는 이야기라는 것만 공통점으로 가질 뿐이었다.

여성 스파이 주연의 이야기는 적지 않지만, <시소 몬스터>에서처럼 이를 고부 갈등으로 엮고, 또 나이든 스파이의 활약도 빠지지 않고 들어가면서 여성 연대까지 이어지는 작품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아참, 아직 읽고 있는 중인 <파과>에도 노년의 여성 스파이가 등장했다.

또다른 특색을 꼽자면, 여성 연대가 아주 끈끈하고 질기면서 아름답고 행복한 결말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 둘은 서로 계속 대립하고 싸우면서, 각자 편안할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설정해 느슨한 연대를 이어간다는 점이 아닐까. 뭐, 이런 것도 '연대'라고 부를 수 있다면.


책에 실린 두 이야기는 시간대와 세대를 달리한다. <시소 몬스터>는 약 1970-1980년대, 나보다 하나 앞선 세대였다면, <스핀 몬스터>는 대충 2030년 언저리라고 할지 어쨌든 나보다 하나 쯤 뒤에 있는 세대의 이야기다. 그래서 과거의 빈티지함과 미래의 아방가르드함(?)이 뒤섞여 있는 느낌이다.


이사카 코타로는 이전 작품에서도 발전된 기술을 인간이 잘못 사용하면 세상이 어떻게 나빠질 수 있는지 꾸준히 경종을 때리는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그런 의미에서 <스핀 몬스터>는 그의 또다른 작품인 <골든 슬럼버>의 미래판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P. 100. 긴급성이 없고 중증이라고도 하기 힘든 고령자가 병원 대기실에 많이 모여 있는 것이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어느 병원이 예약 진찰실이라는 별실을 마련했다. 예약 요금을 내면 일반 외래의 혼잡을 피해 거기서 진찰을 받는 방식이다. 하지만 건강 보험법에 위반된다고 고발당했다. 정말로 위법인지 명확한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을 처음 읽기 시작한 것이 고등학교 1학년 때였는데,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가 그리는 세계는 한국 사회의 한 부분을 계속 짚어내 비판하고 있었다. 물론 그가 보는 일본 사회의 모순점, 비판점을 그리는 것이겠지만, 한국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사례들이었다.

가령, 위 인용처럼, 일본에서도 의료 민영화 문제가 화두였던 때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금 한국에서 같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듯이. 현재의 일본 의료 체계는 알 수 없지만, 일본의 과오를 한국이 똑같이 따라 밟고 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착각이 아닐지 모른다.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답게 흡인력 있고 호흡이 빠르며 흥미진진하다. 역시 그의 작품은 한 번도 날 실망시킨 적이 없다.






Copyright. 2022. 희연. All Rights Reserved.  




매거진의 이전글 1차원이 되고 싶어 - 박상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