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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연 Jul 01. 2018

성중립 표현을 쓰려는 노력들.

언어는 사고를 지배한다.

언어는 사고체계를 지배한다. 그렇기 때문에 명명, 이름 짓기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사람들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 이름이 달리 지어지고, 또 그렇게 지어진 이름이 다시 사람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내 브런치를 꾸준히 구독해 온 독자분들이라면 눈치챘을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인칭대명사를 사용할 때 '그녀'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라는 단어는 앞에 언급된 인물을 다시 한번 지칭할 때 사용하는 순한글 표현이다. 거기에다 한자 '-녀'를 붙여 여성형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일본어의 영향이라고 들었다. (일본어로 '그'는 '彼; 카레', '그녀'는 '彼女; 카노죠'이다. 즉, 남성 명사를 기본값으로 하여 여성형을 표현한 것이다. 이는 일제강점기 이후 한국어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http://www.committee.co.kr/sub_read.html?uid=36172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에서 '성평등 언어 사전' 캠페인을 진행한 결과가 최근에 기사화되어 나왔다. 결과에는 ▲직업 앞에 ‘여’ 자를 붙이는 것 ▲ 학교명 앞에 ‘여자’를 넣는 것 ▲ 여성의 대명사를 ‘그녀’로 표현하는 것 ▲ 처음 한다는 표현으로 ‘처녀’를 쓰는 등의 성차별적 언어 습관과 ▲미혼 ▲자궁 ▲몰래카메라 등의 성차별적 단어들을 고쳐야 한다고 제시되었다.


우스갯소리로 '여대'는 있는데 '남대'는 왜 없냐고 우기는 기계적 성 평등론자들의 주장이 떠올랐다. 하지만 잘 찾아보면, 어떤 단어에 '여' 혹은 '여자'를 붙이는 것은, 역사적으로 '여성에게 허용되지 않았던 것들'이 여성들에게도 허용이 되면서 생긴 현상이었다. 즉, 교육이 남성에게만 허용되었던 시기에 여성들에게도 교육을 허용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생긴 것이 '여대'였고, 당연히 교육받는 여성은 터부시 되었으니 남성과 한데 섞어 둘 수 없어 여성들만의 학교를 만든 것이다. 같은 의미로 '교수-여교수', '직원-여직원', '의사-여의사'와 같이 본래 여성이 가질 수 없는 직업들이 여성에게 허용된 순간 특별히 성별을 부여해 준 것이다.

반대로 앞에 '남자'가 붙는 직업도 물론 있다. '남자 간호사'나 '남자 유치원 선생님' 같은 경우다. 이는 그렇지만, 허용의 의미로 볼 수 없다. '남자'가 앞에 붙는 직업들을 살펴보면 앞에 '여자'가 붙는 직업들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직업엔 귀천이 없다지만, 이들 사이엔 분명한 위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즉 통상적으로 '여성들의 일'이라고 치부되었던 일들을 남성들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겨나면서 성별이 부여된 것이다.


단어에 성별을 부여할수록 우리는 성별 이분법적인 사고에 갇히게 된다. 자연스럽게, 어떤 것은 여성에게 '허용되었구나' 하는 시혜적인 시각을 부여하는 것이다. 혹은 원래 여자가 하는 '하찮은' 일이었는데 남자들도 할 수 있는 '품위 있는' 일이 되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표현을 하긴 했지만, 분명한 것은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언어가 사고에 영향을 분명히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앞으로도 성 중립적인 표현을 계속 쓸 것이다. 나의 인식 체계를 단단히 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내 글을 읽는 독자들의 생각도 조금은 유연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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