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난리다. 작은 기침에도 바로 해명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곤 하니 말이다. 어느 직장인들은 이런 상상을 할 것이다. ‘우리 회사는 재택근무 안 하나?’ 혹은 ‘코로나에 걸리면 한 달 정도 쉴 수 있겠지?’ 마치 눈이 쏟아질 듯 오는 날 졸린 눈을 비비며 ‘이런 날은 출근을 늦춰주지 않을까?’하고 기대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일어나지 않을 여러 상황에 대해 종종 상상하곤 했다. ‘학교에 갑자기 괴한이 쳐들어오면 어쩌지?’라던가. ‘내가 훔치지 않은 물건이 내 사물함에 있으면 어떡하지?’ 같은 거.
요새는 엄숙한 분위기에서 자기 소개하는 상황을 생각한다. 누군가가 진지한 얼굴로 ‘그쪽은 누구세요?’ 묻는다면 나는 ‘저는.. 저는 김리오라고 하는데요.’ 이름만 이야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러니 이어, ‘저는.. 공장공장이라는 회사에서 근무 중이고요.. 행사와 출판물, 공간을 기획하고 있어요. 친구들과 작은 사업을 하고 있고요..’ 더듬더듬 나를 이루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면 빼놓을 수 없는 정보가 하나 있다. 그것이 바로 ‘저는 괜찮아마을에 살고 있어요.’
이 글을 메일로 받아보는 분이라면 괜찮아마을에 대해 이미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괜히 ‘도대체 뭐가 괜찮은데?’라는 반발심을 불러일으켰지만, 그래도 마음 한쪽으로는 정말 괜찮아지고 싶어서 찾아간 이곳. 그 길로 목포에 정착해버리는 줄도 모르고 불안함과 상실감에 엉엉 울며 내려간 기차부터 시작되는 이야기. 괜찮아마을에서 산다는 것에 대해 써보려 한다.
괜찮아마을은 꿈 많고 눈물 많은 두 청년이 만들어낸 곳이다. 땅과 집을 기준으로 만든 그런 물리적인 마을이 아니고, 공동체의 이름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익스퍼루트’라는 전국일주여행사를 운영하던 이들은 800명의 청년과 총 68,000km가 넘는 거리를 여행했다. 이 시간을 통해 또래 청년들이 얼마나 불안한 마음으로 견디며 살아가는지 공감한 그들은 제주에 마냥 널브러지는 공간을 만들게 된다. 바로 ‘한량유치원’이다. 그저 한량처럼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이곳에 49일의 시간 동안 총 671명의 사람이 다녀갔다. 이들은 이 시간을 통해서 청년들이 쉬어도 괜찮고, 실패해도 괜찮은 마을을 만들기로 했다. 이번엔 목포에서.
그맘때 나는 정말 견디고 있었다. 월급의 반에 다다르는 월세와 관리비를 내며, 상사의 폭언에 매일같이 괴로워했다. 여기서 버티지 못하면 내가 무엇을 하겠냐는 마음으로, 출퇴근 길 브레이크를 밟지 않는 상상을 드문드문하면서. 그러다 본 것이 괜찮아마을 모집 공고다. ‘인생을 재설계하고 싶은 당신’이라는 문장에서 마음이 울렁거렸다. 그곳이 목포든 제주도든 상관없었다. 그저 바닷가 근처 오래된 마을에서 내게 집중하며 6주간 쉬고 싶었다.
2018년 8월 말, 다른 듯 비슷한 30명의 사람이 목포에 모였다. 비슷한 듯 다름과 다른 듯 비슷함에 대해 고민했지만, 역시나 다른 듯 비슷한 사람들이 맞다. 홀로 충분히 사색하며 쉬려고 했던 기존의 계획과는 달리 어딜 가던, 무엇을 하던 사람들과 함께였다. 낯을 가리는 내게 먼저 밥을 먹자고, 산책을 가자고, 같이 쉬자고 해주는 이들 덕에 밀도 높은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충분히 널브러지고, 천천히 지역을 여행했다. 오래된 빈집을 구경하고, 그곳에서 즐거운 상상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실컷 울고 웃었던 6주간의 시간이 끝났다. 30명 중 반이 넘는 사람들이 목포에 정착하게 됐다.
그렇게 목포에 온 지 벌써 일 년 반. 다양한 이유로 이곳에 찾아온 삼십 명에 가까운 사람들과 공동체를 이루며 지내고 있다. 앞으로 지역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꾸준히 작성해보려 한다. 친구들, 함께 지어 먹는 밥, 바닷가와 유달산, 출퇴근길의 강아지와 고양이, 작은 텃밭과 오션뷰가 함께 하는 이 애증의 생활을 많은 관심으로 지켜봐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