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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 일탈은 시작되었다.

by 김사장 Feb 22. 2025

"언니!?"

"뭐야!? 또 술 한 잔 했나 보네, 차는?"

"차!? 이 앞에 주차했지."

"대리 불러서 온 거야?"

"아니."

"그럼 또 음전으로 여기 온 거야?"

"술 얼마 안 마셨어, 멀쩡하닌깐 왔지"

"그건 자기 생각이지, 딱 봐도 술 마신 티가 나는구먼~

술 마셨음 집으로 가지 왜 여기로 왔어?"

"그냥 언니도 보고 싶어 커피 한 잔 하면서 술도 좀 깨고 들어 갈려고~"


그녀와 나는 학부모대 학부모로 만났다.

나와 한 살 차이긴 하지만  나이서열로 언니 동생

사이가 된 지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처음 그녀를 본 건 학부모 참여 수업 때였다.

시부모님과 함께 참여수업을 하면서도 알뜰살뜰 챙기는 모습이 인상 깊기도 했고 한없이 착해 보였다.

그 후로 아이들 교육문제나 시댁 얘기등 수다 떨 일이 생기면 나에게 먼저 전화해서 차를 마시자거나 점심을 함께 먹자는 제의를 해 시간을 종종 갖었다.

부산에서 남편과 큰 외식 사업을 하다 식중독 문제가 크게 터져 매출도 감소되었고 인식마저

안 좋아져 직원들 월급과 월세 등 한 달에 몇 천씩 적자를 내다보니 몇 달만 쌓여도 억단 위로 불어나는 빚을 감당하고 어려워 자신에 집은 물론이고 시부모님이 사시는 집까지 처분해서 빚잔치를 끝내고 겨우 전세자금만 갖고 서울에 올라와 시부모님을 모시며 함께 살고 있는 그녀는 아침, 점심, 저녁 삼시 세끼를 차리며 나이가 많으신 시부모님들 때문에 어떠한 아르바이트나 직장 생활을 할 수도 없으며 오로지 연년생 아들과 딸 시부모님 모시는 일에만 몰두했다.

그녀에 남편은 사촌 오빠가 인테리어 사업에

일 손도 부족하고 적지 않은 월급과 기술도 알려줄 테니 올라오라고 해서 태어나고 자란 부산을 떠나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는데 생각보다 월급도 많치않고 전세 값 물값도 비싸 부산에 살 때보다 훨씬 녹록하지 않다면 삶에 대한 푸념을 많이 하곤 했다.

하루 하루가 지나가는 것과 다르게 그녀에 푸념들은 쌓여만 갔다.

한 단위 가족만 살다가 시부모님과 함께 살려니 많은 고충과 피로가 누적되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변화가 생기거나 달라질 건 없어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가 갑자기 뇌출혈인지 뇌졸중인지 입원을 하시게 되었고 3개월 만에 돌아가셨다.

두 분이 워낙에 잉꼬부부여서 그런가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6개월도 안 돼서 할아버지

또 한 갑자기 돌아가셔서 일 년에 두 번

장례식을 치르게 되었다.

그녀에 일탈에 시작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그녀에게 허락을 받지 않은 얘기를 난 오늘부터 매주 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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