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 작은 거 하나요"
"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선글라스를 낀 채로
여름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겨울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사러 그는 일주일에 한두 번
매장에 온다.
그에게는 연년생으로 보이는 두 명에 딸이 있다.
매장을 오픈할 당시는 중학생이었지만
지금은 성인이 되어 직장을 다니고 있다.
대학생 나이긴 하지만 직장을 다니고 있다는 걸
큰 딸의 통 큰 지출이 있던 날 알게 되었다.
쇼핑 바구니에 1+1, 2+1 행사하는 과자, 라면, 음료를 담아와서 옆에 있던 아빠에게
"아빠 혹시 더 필요한 건 없어?
오늘 내가 월급 탔으니깐 크게 쏠게."
"아냐~담주에는 나도 월급 타닌깐 내가 살게 이것만 사."
둘째 딸에 대신 대답했다.
"아냐~ 아빠 소주 한 병 사줄 수 있어!?"
"술은 안돼, 차라리 맥주 사."
"그럼 두 캔만 갖고 올게."
"응"
"고마워"
그가 매번 아메리카노만 사는 이유는
아마도 경제력 때문이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하게 만드는 상황이었다.
누구보다 건강해 보이는 신체를 갖고 있고
대학생 자녀를 둔 여느 아빠들보다 젊어 보이는 나인데 모두가 출근해서 일할 시간에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운동도 아니고 산책도 아닌 상태로 선글라스를 끼채로 걸어 다니는 걸 보면 아마도
몇 년째 실업 상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는 이유도 자신에 상태를 숨기고 싶은 수단으로 가면을 대신해 선글라스를 선택했던 게 아닌가 하는 내 생각이다.
내 생각이 틀릴지 모르지만 아빠가 두 딸을 위해 선글라스를 벗고 당당한 모습으로 작은 지출이라도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아내랑 온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걸로 보아
두 딸과 함께 살고 있는 거 같았으며
딸들은 예의도 밝고 알뜰하다.
그 또래 여자들이 부리는 사치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으며 행사 제품 말고는 SNS나, 인스타, 유튜브에 유행하는 상품을 호기심에라도 구매한 적이 없다.
구매 한 상품을 매장에서 먹고 갈 때 모습은
더없이 행복해 보이는 가족이다.
하루빨리 그가 선글라스를 벗고 빠른 경제력 회복으로 세 사람이 더 행복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