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이 걸은 바닷길 – 소매물도에서의 하루
이른 아침, 통영여객선터미널.
설렘이 가득한 표정으로 마주 선 나와 가장 친한 동생.
오늘은 바다를 건너, 섬을 함께 걷는 날이다.
배에 오르기 전,
우리는 여객선터미널 앞 가장 맛있다고 소문난 충무김밥집을 찾았다.
새콤달콤한 석박지, 쫄깃한 오징어무침, 부드러운 밥, 그리고 담백한 어묵.
깔끔하게 포장된 김밥을 손에 들고
동생이 웃으며 말했다.
“이건 무조건 등대에서 먹어야 해.”
그 말 한마디에, 오늘의 점심은
단순한 도시락이 아닌 기억 속 한 장면이 되었다.
우리의 배는 비진도를 경유해 소매물도로 향했다.
약 50분 후, 비진도에 일부 승객을 내려준 뒤
바다 위를 또 한참 달렸다.
잔잔한 물결 위, 햇살은 눈부시게 부서지고
우리는 창밖 풍경에 아이처럼 들떠 있었다.
소매물도에 도착하자 곧바로 망태봉 전망대로 향했다.
오르막길이 다소 가팔랐지만,
동생과 나란히 걷는 걸음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숨이 찰 때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모든 걸 보상해 주었다.
짙푸른 남해와, 파도 속에 조용히 떠 있는 등대섬.
그 순간, “오길 잘했다”는 말이 동시에 나왔다.
때마침 썰물 시간.
바닷길이 드러났고, 우리는 그 길을 따라 등대섬으로 향했다.
바다 위를 걷는 듯한 그 감각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등대섬 정상에 앉아
아침에 사 온 충무김밥을 꺼내 먹었다.
통영의 바람, 햇살, 바다를 배경 삼아
김밥을 나눠 먹는 그 순간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복귀는 섬의 해안길을 따라 내려왔다.
바다를 옆에 두고 걷는 길이라 낭만적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길이 훨씬 더 가파르고 험했다.
“이쪽으로 올라왔으면… 진심으로 후회할 뻔했어!”
우리 둘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 속엔 안도와 장난기, 그리고
함께 산을 내려오는 짝꿍만이 공유할 수 있는 작은 모험의 유쾌함이 담겨 있었다.
길 위에 남은 발자국보다
더 오래 기억될 오늘 하루.
섬의 아름다움은 말할 것도 없지만,
그보다 더 값졌던 건
누구보다 마음이 잘 맞는 사람과 함께했다는 것.
그리하여 오늘,
소매물도는 우리 둘만의 비밀 장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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