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문학관에서, 나의 '태백산맥'을 만나다.
여수에서 벌교로, 문학의 뿌리를 찾아서
여수에서의 여행 중 하루는 벌교로 향했다. 여수와 인접한 보성군 벌교읍은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주요 배경지이자, 조정래 문학관이 자리한 곳이다. 조정래 문학관은 벌교역 인근, 보성강 철교를 지나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2008년 개관한 이래 작가 조정래의 삶과 작품 세계, 그리고 한국 현대사의 단면을 문학으로 조명하는 대표적인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조정래 문학관은 크게 상설 전시관과 기획 전시관, 영상실, 북카페로 구성되어 있다. 상설 전시관에서는 조정래 작가의 집필 노트와 타자기, 필사 원고, 관련 도서 및 기념 자료가 전시되어 있으며, 『태백산맥』 속 주요 인물과 장소, 사건에 대한 역사적 배경이 함께 설명되어 있다. 특히 여순사건과 전후 벌교 일대의 시대 상황에 대한 기록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어, 단순한 문학 전시관을 넘어선 '현대사 기억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전시 중 인상 깊었던 코너는 『태백산맥』의 실제 배경지를 사진과 함께 비교 설명해 놓은 공간이었다. 작중 등장하는 남도여관, 벌교읍사무소, 벌교역, 보성강 철교 등이 실제 지명과 일치하며, 당시 시대적 분위기를 재현한 사진과 함께 배치되어 소설과 현실을 연결하는 장치로 기능하고 있었다.
전시 자료 중에는 작가에게 보낸 독자들의 편지도 일부 공개되어 있었으며, 관람객들은 다양한 연령층과 세대에서 온 응원의 글과 소감을 통해 『태백산맥』이 독자 개개인에게 남긴 인상 깊은 영향력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문학이 단지 지식이나 정보의 전달을 넘어서, 역사와 사람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문학관의 전시 공간에서는 특히 관람객들의 눈길을 끄는 특별한 코너가 하나 있다. 바로 『태백산맥』 독자 필사본 전시다. 이 코너에는 독자들이 한 자 한 자 손으로 직접 옮겨 쓴 『태백산맥』 필사본이 전시되어 있는데, 일부는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작성된 것으로, 문학이 독자의 삶과 얼마나 깊이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필사본 한 권 한 권에는 각각의 정성과 감동이 담겨 있었고, 관람객들은 유리 너머의 그 정성을 천천히 들여다보며 발길을 멈췄다.
조정래 문학관 바로 옆에는 소설 『태백산맥』 속에 등장하는 대표적 배경인 '소화의 집'과 '현부자네 집'이 재현되어 있다. 가난하고 억척스러운 민중의 삶을 상징하는 소화의 집과, 지역을 지배하던 부유층을 대표하는 현부자네 집이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의도가 읽힌다. 신분과 계급, 삶의 방식이 극명하게 달랐던 두 공간을 인접시켜 놓음으로써, 소설 속 갈등과 현실 속 계급구조를 시각적으로도 느낄 수 있는 구조였다. 관람객으로서 이 두 공간 사이를 오가며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사회의 구조와 그 안의 인간 군상을 더욱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었다.
조정래 문학관을 관람한 후, 인근의 보성강과 벌교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벌교 지역의 고요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평화롭고 조용한 마을이지만, 이곳은 분단과 이념, 전쟁과 갈등의 현장이었고, 『태백산맥』은 그 치열했던 역사의 한가운데를 기록한 문학적 증언이다. 산책 중 바라본 보성강 철교는 소설 속 주요 장면의 무대가 된 장소 중 하나로, 문학관에서 보았던 사진 속 장면들이 현실 속에 겹쳐졌다.
태백산맥은 조정래 작가가 1983년부터 약 10년에 걸쳐 집필한 작품으로, 6.25 전쟁 전후의 남도 지방을 배경으로 이념 갈등 속 민중의 삶을 생생하게 담아낸 대하소설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정치나 이념을 초월한 인간 본연의 삶과 고통, 연대를 이야기한다. 조정래 문학관은 그 서사의 중심이자, 작가가 세상에 전하고자 했던 ‘기억의 책임’을 현실 공간에 구현한 장소였다.
이와 같은 벌교 조정래문학관 방문은 단순한 문학기행이 아닌, 역사의 현장을 문학이라는 매개로 깊이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여수에서의 여유로운 여행 중 하루를 할애해도 아깝지 않은 의미 있는 여정이었다. 태백산맥을 읽은 이라면 반드시 한 번쯤 걸어봐야 할 길, 바로 그 중심에 조정래 문학관이 있었다.
다시 여수로 돌아오는 길, 나는 작가의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작가는 민중의 대변자이고 역사의 증언자이다." 문학이 단지 이야기의 나열이 아니라, 사람을 향한 깊은 애정과 기억의 의무라는 사실을 되새기며, 나는 벌교의 조용한 오후 햇살을 등지고 걸었다.
문학관 전시실에는 1983년 집필을 시작으로 6년 만에 완결하고 이적성 시비로 몸살을 앓았으며, 그 유형무형의 고통을 겪고 분단문학의 최고봉에 올랐던 작가 조정래의 소설『태백산맥』에 대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소설을 위한 준비와 집필’, ‘소설 『태백산맥』의 탈고’, ‘소설 『태백산맥』 출간 이후’, ‘작가의 삶과 문학 소설 『태백산맥』’이란 장으로 구성되고, 1만 6천여 매 분량의 태백산맥 육필원고를 비롯한 185건 737점의 증여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주소 :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 회정리 357-2
태백산맥 문학관은 소설 태백산맥이 땅속에 묻혀있던 역사 진실을 세상에 드러낸 주제 의식을 형상화하기 위하여 산자락을 파내서 특이하게 설계된 건물로 국민에게 열린 공간이자 편안한 휴식 공간, 복합문화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