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이야기 7

나는 여수 낮바다다

by 목마르다언덕

나는 여수 낮바다다.

사실 좀 억울하다.

같은 바다인데,

왜 내 동생 ‘여수밤바다’만 그렇게 핫한 걸까?


길거리만 나가 봐라.

삼삼오오 지나가는 사람들 입에서

“여수~ 밤바다~”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마저도 1절 끝까지 부르는 사람은 드물다.

늘 “이 조명에 담긴~”쯤에서 끝난다.

그래도 뭐, 인기 많다.


나는 그런 노래도 없고

낭만포차도 없다.

불빛 대신 햇살 하나 의지해서

조용히 여수를 비출 뿐이다.


하지만 말이지,

나는 오동도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품고

금오도 비렁길로 날아가며,

해상케이블카를 타고 하늘을 날며,

고소동 벽화마을의 웃음소리를 안고

향일암의 돌부처와 함께

묵묵히 하루를 살아낸다.


내 물빛은

밤이 되면 사라지는 게 아니라

햇살 아래서 더 깊어진다.

그래서

낮의 여수는, 나로 인해 더 따뜻하다.


물론,

밤바다는 멋있다.

그건 인정한다.


하지만 낮바다는,

진짜 여수를 보여준다.

낭만은 밤에 피어나지만

삶은 낮에 흐른다.


나는 오늘도
시장 아주머니의 목소리,
아이 손 잡고 걷는 아빠의 걸음,
햇살 아래 카페 창가에서
조용히 흘러가는 여행자의 시간까지
모두 품고 잔잔하게 흐른다.

이곳은
관광지가 아니라,
살아 있는 여수다.


누군가는 밤을 노래하지만,

나는 햇살 속에서 여수를 안는다.

그래서

나는 여수 낮바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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