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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셜제너럴리스트 Oct 11. 2021

허위 정보에 공동체는 어떻게 파괴되는가

박정섭, 감기 걸린 물고기

좋은 책은 어떤 책일까? 지적 과시를 하며 본인만 뿌듯하고 독자들은 불편하게 하는 책들이 있다. 그런 위압감을 주는 권위적인 책을 좋은 책이라고 평가하는 독자들도 있다. 하지만 사실 좋은 책은 심오한 진리를 단순하고 쉽게 알려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읽어주려 우연하게 빌려온 동화책이 거짓된 정보가 공동체를 어떻게 파괴하는 지를 너무 쉽고 간단하게 보여줘 경이로운 마음에 감상문을 쓴다.


"배가 고픈 초롱 아귀는 물고기가 먹고 싶다. 하지만 조화롭게 단합되어 있는 빨강, 파랑, 노랑, 회색, 검정 물고기떼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초롱 아귀는 그들을 혼란하게 만들기 위해 빨강 물고기가 감기에 걸렸다는 소문을 낸다. 그 이유는 '감기에 걸리면 열이 나서 빨개지니까'였다." 


"감기가 뭔지도 모르는 물고기도 있었고, 소문에 동조하는 물고기도 있었으며, 자신의 가족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물고기도 있었다. 하지만 근거없는 소문의 진실을 알려고 하는 물고기는 없었다. 결국 조화롭게 떼를 지어 있던 물고기들이 감기에 옮지 않기 위해 같은 색끼리 뭉치게 된다. 그리고 빨강 물고기를 무리에서 내쫒는다. 초롱 아귀는 그렇게 감기에 걸렸다는 소문을 이용해 노랑, 파랑 물고기를 하나씩 잡아먹고 결국 마지막에 남아 서로 갈라져 싸우던 회색, 검정 물고기들은 한번에 초롱 아귀에게 잡아먹힌다."



허위 정보는 어떻게 퍼져 공동체를 파괴하는가

유네스코의 저널리즘 교육 시리즈 책자인 '저널리즘 가짜뉴스 & 허위정보'에서는 초롱 아귀가 유포한 '물고기가 감기에 걸렸다'라는 정보를 '허위 정보'로 정의한다. '가짜 뉴스'라는 말로 표현할 수도 있겠으나 뉴스라는 말 자체가 '확인 가능한 정보'를 의미하기 때문에 가짜 뉴스라는 단어는 모순된 단어라고 보는 것이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허위 정보는 '거짓 정보를 통해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혼란스럽게 만들거나 조종하려는 행위를 지칭할 때' 사용한다. 


감기 걸린 물고기라는 정보가 초롱 아귀에게서 출발하여 물고기들 사이에서 점점 막을 수 없을 정도로 퍼져나갔듯이 허위 정보도 의도한 자에게서 출발해 여러 의사소통과 결합되어 공동체에 바이러스처럼 전파된다. 소셜 미디어, 커뮤니티는 온라인 상의 인간을 더욱 친밀하게 연결해주었지만 역으로 허위 정보가 퍼져나갈 수 있는 가장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마치 사람들이 밀집된 장소에서 코로나 감염이 확산되듯이 상호 연결성이 높은 SNS와 커뮤니티는 상호간의 접촉을 강화시켜주는 동시에 허위 정보가 쉽게 서로의 관념 체계에 파고들게 하는 악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허위 정보는 SNS와 커뮤니티를 타고 이제 공동체의 안정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혐오 사상, 젠더 갈등은 모두 허위 정보를 기반으로 탄생되어 공동체를 갈등에 빠뜨리고 위협한다.


"공중에게 미치는 이러한 영향은 선거 때 큰 걱정거리가 될 뿐 아니라, 한 발 더 나아가 인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민주주의 사상까지 위협한다."('저널리즘 가짜뉴스 & 허위정보' 중)


문제는 어느 누구도 그 정보가 근거가 있는지를 확인하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계 없이 허위 정보를 받아들이고 허위 정보는 상호 갈등을 일으키고 공동체를 파괴한다. 결국 허위 정보를 의도적으로 퍼뜨린 자들만 이득을 보는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에서 공중은 그들의 소셜 네트워크에서 지지를 받는 콘텐츠는 어떤 것이든 믿을 만하다고 간주한다. 그리고 마음으로 동조하면서 이성적으로 따져보지는 않는다. "('저널리즘 가짜뉴스 & 허위정보' 중)


유네스코의 책자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뉴스 미디어의 직업 윤리라고 이야기 한다. 팩트체크를 외부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더 철저하게 신뢰성을 탐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취재원이 주장하는 내용의 신뢰성을 탐사하는 기자의 능력은  ‘맹목적 인용(he said, she said)’ 수준의 저널리즘을 뛰어넘어, 향상돼야 한다."('저널리즘 가짜뉴스 & 허위정보' 중)



공동체를 지키는 최후의 보호자는 팩트라는 무기를 든 언론

결국 초롱 아귀에게 먹힌 물고기들은 뱃속에서 후회하다 해파리들의 활약으로 다시 물 밖으로 나오게 되고 더욱 단단한 공동체로 뭉치게 된다. 허위 정보가 공동체를 벼랑 끝으로 몰고갈 때 그것을 다시 돌이킬 수 있게 하는 해파리는 결국 언론이 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이 동화책을 통해서 생각해본다. 오늘도 인터넷을 떠돌며 허위 정보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지 못하는 우리 모두와 '맹목적 인용'을 반복하는 우리 언론이 꼭 한번은 이 동화책을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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