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끝나지 않는 허기짐

by 김세은



버클리 유학시절 기억의 한 자락


나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버클리 마지막 졸업학기에 쓸쓸했던 나의 하루를 -

이 날의 허기짐이 나를 베를린까지 데려왔다고도 생각해봤다.


영혼의 허기짐은

본능적으로 찾는, ‘완벽하게 내가 원하는 바로 그것’을 만나기 전까지 결코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되지 않는다. 잠시 배가 부른 건가? 싶다가도 이내 허무하게 꺼져버리고 만다.

우리는 무엇을 그렇게 그리고, 찾아 헤매는 걸까?

무엇을 위해 우리는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여행을 다니고, 축제를 찾아다니는 수고로움을 감내하면서까지 끝없는 갈망을 멈추지 못하는 걸까?

우리는 '아름다움'에 왜 이렇게 집착하는 걸까?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의 근원은 무엇일까? 당연하지만 어떻게 그 본체를 아름답게 잘 갈고닦아야 추악한 욕망으로 전락하지 않고 아름다운 불꽃으로 태울 수 있을까?

‘과연 이러한 내면의 의문들이 내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하는 끝도 없이 연쇄적인 질문들을 여전히 나는 쏟아내고 있었다.


단지 “그때보다 나는 성장했다”라고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는 없다.

나아진 것은 그다지 없다.


그저 그때보다 마음을 급하게 먹지 않을 수 있는 정도, 막연한 기대는 잠시 접어두고 지금 현재의 이 순간, 그리고 이 기회를 감사하게 여기면서 받아들이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며 누릴 수 있는 정도의 여유는 생긴 것 같다. 나에게는 이것이 무엇보다 괄목 성대할 만한 결과이다.


이럴 때, 흘러가는 시간 속에 육신이 썩어가고 쇠퇴하는 슬픔에서 기쁨과 보람으로 바뀐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참 좋은 거구나 -

그저 버텨온 시간,

고민을 포기하지 않고 그냥 잡고만 있었던 그 시간 속에서 자연이 가져다주는 그런 깨달음들이 아직도. 살아서 지금껏 나이를 먹고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다고 여겨진다.

항상 이렇게 철이든 생각을 할 수만 있다면 소원이 없겠지만 실상은 바람에 휘청거리는 갈대와도 같은 형국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나는 용기를 내고 있다.

허구에서 실제로,

거짓에서 진실로 다가가고자 하는 내 삶의 용기.



양껏 부풀려져서 나조차도 그 몸집을 다 가졌다고 착각할 정도의 정서적 사치를 부렸던 나에게 이제는 더 자유롭고 행복하게, 생략하는 거 없이 천천히 한 칸씩, 다시 가보자고 말을 걸고 있다.


‘제 버릇 어디 가겠냐’지만 작심삼일이라면 난 삼일에 한 번씩 작심을 해서라도 이 버르장머리를 고치고 싶을 만큼 내 삶을 존중하고 사랑하고 지지한다.

그렇다면 살아 생 전 그 언젠가는 그 기쁨을 누리는 순간들이 생기지 않겠느냐 -



어차피 내가 죽는 그 날까지 나는 나를 완성할 수 없다.




베를린 템펠호프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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