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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석 Nov 02. 2020

평범한 것에서 찾아낸 비범한 이야기

장유승 《쓰레기 고서들의 반란》(글항아리, 2013)


만약 저라면 어떻게 했을까. 누군가로부터 넘어온,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는 옛 책 무더기를 아무도 가져가려 하지 않는다면. 나라도 그 책들을 데려와 한 번이라도 눈길을 주었을까. 우연히 품으로 들어온 두 상자 분량의 고서들. 저자는 흔해 빠지고 쓸모없다고 여기기 쉬운 그 책들을 버리는 대신 그 속에서 이야기를 끄집어냈습니다.     


저는 이런 이야기에 몹시도 끌립니다. 남들은 보지 못하는 어떤 것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이랄까. 평범한 것처럼 보이는 종잇조각에서 비범한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 그것이 저를 사로잡는달까요. 그래서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않았던 이야기가 나오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낡디낡은 종이 뭉치도 제 나름의 존재 이유를 갖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저자도 언급했지만 비슷한 책으로 박대헌의 《고서이야기》(열화당, 2008)와 장수찬의 《보물탐뎡》(김영사, 2019)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옛 물건에 얽힌, 피가 돌고 살이 되는 이야기들은 그 바닥에서 오랜 시간 갈고닦은 ‘안목’이 없이는 절대 풀어낼 수 없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저자 후기에서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을 옮겨봅니다.     


특별한 존재와 평범한 존재를 판가름하는 기준은 존재 자체의 가치가 아니라 관계다남에게는 평범한 존재가 내게는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는 이유는 그 존재가 나와 맺고 있는 관계 때문이다평범한 존재는 나와 관계를 맺으로써 특별해진다따라서 평범한 존재는 무가치하며 어서 빠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할 자격 따위는 누구에게도 없는 것이다.     


어차피 세상 대부분의 존재는 평범하다그들에게 와닿는 것은 특별한 존재의 무용담이 아니라 평범한 존재의 솔직한 이야기다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평범한 존재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진 사람의 할 일이다.     


사람들의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한다면 희귀본 고서도 쓰레기 고서와 다를 바 없고쓰레기 고서라도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면 희귀본 고서 못지않은 가치를 지닌다고 믿는다그런 믿음으로 이 책을 썼다.     


그 믿음을 신뢰해도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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