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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석 Dec 16. 2020

실학자 박제가는 진정한 애국자였다

박제가 《북학의》(돌베개, 2013)

별생각 없이 펼쳐 읽다가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두 손 가지런히 모으게 되는 책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격변하는 세계에서 새로운 학문, 새로운 사상, 새로운 세상의 흐름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한 변방의 지식인에게 조국의 현실은 얼마나 초라하고 암담했을 것인가. 세상을 살 만한 곳으로 바꿔보겠다는 그 열망이 갈피마다 지극합니다. 오죽했으면 첫 항목이 수레(車)입니다. 이용(利用)하여 후생(厚生)하는 첫걸음으로 꽉 막힌 길을 시원하게 뚫는 교통 개혁을 꼽은 겁니다.     



이 책에서 박제가가 펼친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중국을 배우자”입니다. 박제가는 우물 안에 갇힌 조선 지식인들의 고답적이고 근시안적인 태도를 가차 없이 비판하면서, 필요하다면 오랑캐한테라도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고 역설하죠. 소중화(小中華)라는 명분에 스스로 갇혀버린 조선의 기득권 세력에게는 허무맹랑한 소리로 들렸을 겁니다. 개혁을 위한 제안들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죠.     


이 책을 꼭 한 번은 정독하시기를 간곡하게 권합니다. 특히 북학파의 영수로 불리는 연암 박지원의 서문은 천하의 명문이라 할 만합니다. 앞부분의 한 대목을 옮겨옵니다.     


학문의 방법은 다른 것이 없다모르는 것이 나타나면 길 가는 사람이라도 붙잡고 물어보는 것그것이 올바른 학문의 방법이다어린 종이 나보다 한 글자라도 더 안다면 예의염치를 불문하고 그에게 배울 것이다남보다 못한 것을 부끄러워하면서 저보다 나은 자에게 묻지 않는다면 아무 기술도 갖추지 못한 고루한 세계에 종신토록 자신을 가두어 버리는 꼴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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