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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석 Mar 04. 2021

분노에 몸서리치다 끝내는 슬픔에 잠기게 되는

정명섭 《왜란과 호란 사이 38년》(추수밭, 2019)


한 번은 왜놈들에게, 또 한 번은 북방의 오랑캐에게 사정없이 유린당한 조선의 비극적 역사. 정명섭 작가는 그 둘 사이에 가로놓인 38년이란 시간 동안 조선에서 대체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하나하나 짚어갑니다.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을 만큼 분노하다가 끝내 슬픔에 잠기고야 마는 이야기. 중요한 건 소설이 아닌 실제 역사였다는 점이겠죠.     


무능한 왕, 무능한 신하들 덕분에 죽어라 고생하는 건 백성들이었습니다. 유사시에 지도자가 가장 먼저 도망치는 그 전통(?)은 현대에 와서도 어김없이 반복됐죠. 죽고 다치고 울부짖는 건 언제나 백성들이었고 국민이었습니다. 지금이라고 상황이 다를까. 우리의 처지가 강대국 사이에 낀 약소국임을 부정할 도리는 없습니다. 작가가 쓰라린 38년을 굳이 들여다본 이유죠.     


“관념적으로 상황을 바라보는 태도의 약점이 바로 여기에 존재한다. 얻을 것이 이른바 정신승리밖에 없기 때문에 더욱 명분에 집착할 수밖에 없고, 그럴수록 점점 현실과 멀어질 수밖에 없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공교롭게도 추숭논쟁이 시작되고 끝난 십여 년은 큰 재난을 앞둔 조선에게 주어진 마지막 준비 기회였다.”  

   

“38년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원인을 하나로 모으기 어려울 정도의 비극적인 시간이었다.”    

 

판단은 각자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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