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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석 Oct 25. 2021

배수아 <에세이스트의 책상>

M은 단순한 아름다움이나 미덕으로 칭송받는 존재가 아니었다. 도리어 M은 한눈에 매력적으로 보이는 요소들을 가지고 있지 않아야 했다. M은 몇 마디의 구호나 텔레비전 토론으로 설명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나. 

독일에 가서 독일어 선생으로 만난 M.

이 에세이같기도, 소설같기도 한 이야기의 뼈대는 나와 M의 연애담입니다.

서사가 물론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의 범주를 넘기 어려운 평범한 상황 속에서

M과의 사랑은 그런 일상을 비범한 것으로 만들죠.

누구도 내 경험을 대신해줄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M을 향한 집착, 그리고 이별.

하지만 '나'에겐 그 쓰라린 사랑의 기억을 통해서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이별했는지, 아닌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M은 그저 익명의 M일 뿐이었고,

그 M은 사랑하고자 했던 '나'의 마음 그 자체였으며,

언젠가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온다 해도, 그 역시 M이겠지요.


낭독하기 위해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가가 책의 어느 대목을 읽는 목소리에서

묘한 매력을 느낍니다.


1994년인가 그 이듬해인가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학 학보사 기자 시절

이제 갓 등단한 신인이었던 작가를 만난 기억이 있습니다.

작가는 지금 독일에 머물고 있다죠.


느끼기 위해 여러 번 읽고 또 읽으며 음미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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