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이자 화자인 나.
독일에 가서 독일어 선생으로 만난 M.
이 에세이같기도, 소설같기도 한 이야기의 뼈대는 나와 M의 연애담입니다.
서사가 물론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의 범주를 넘기 어려운 평범한 상황 속에서
M과의 사랑은 그런 일상을 비범한 것으로 만들죠.
누구도 내 경험을 대신해줄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M을 향한 집착, 그리고 이별.
하지만 '나'에겐 그 쓰라린 사랑의 기억을 통해서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이별했는지, 아닌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M은 그저 익명의 M일 뿐이었고,
그 M은 사랑하고자 했던 '나'의 마음 그 자체였으며,
언젠가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온다 해도, 그 역시 M이겠지요.
낭독하기 위해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가가 책의 어느 대목을 읽는 목소리에서
묘한 매력을 느낍니다.
1994년인가 그 이듬해인가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학 학보사 기자 시절
이제 갓 등단한 신인이었던 작가를 만난 기억이 있습니다.
작가는 지금 독일에 머물고 있다죠.
느끼기 위해 여러 번 읽고 또 읽으며 음미한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