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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석 May 10. 2022

<답사기>에 이은 유홍준의 또 다른 업적

유홍준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4>(눌와, 2022)

2013년 유홍준 교수의 <한국미술사 강의> 제3권이 나온 이후 무려 9년 만에 나온 4권입니다. 참 오래 기다렸습니다. 이 시리즈는 5권으로 완간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다섯 권을 통독하면 한국 미술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더없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문화유산을 보는 태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하나로도 유홍준 교수의 업적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큽니다. 다른 저작들은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한국미술사 강의>를 읽으면서 이 책이 유홍준 교수만 해낼 수 있는 또 다른 중요한 업적으로 남겠다 생각했습니다. 변변한 미술사 책 하나 없었던 그간의 사정을 고려하면 말이죠.     


제4권의 첫 머리에 저자는 ‘조선시대 미술사의 사각지대를 밝히며’란 제목을 달았습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분야는 건축, 불교미술, 능묘조각, 민속미술입니다. 그동안 미술사에서는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던 영역입니다. 하지만 미술사에서 빠져선 안 되는 것이기도 했고요. 그걸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술사학자의 몫일 겁니다. 전공 분야가 아닌 영역의 연구 성과를 정리하는 것만도 쉽지 않은 일이거니와 그걸 자기 시각으로 평가하고 의미까지 부여하는 것은 더 힘든 일이겠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 책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합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조선의 불교 미술에 관한 뚜렷한 소신을 다음과 같이 피력했습니다.     


조선왕조의 불교미술은 양식상으로 고려시대 불교미술과 다르고 그 자체로 뛰어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은 숭유억불의 나라라는 고정된 인식하에 불교미술을 미미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그러나 임진왜란 이후 조선의 불교는 새로운 중흥기를 맞이하여 전국에 거대한 사찰들이 중창되었고 이에 따라 많은 불상과 불화들이 봉안되었다조선 후기는 더 이상 숭유억불이 아니라 유교를 숭상하되 불교의 존재를 용인한 숭유존불崇儒存佛’, 나아가 불교를 존숭한 숭유존불崇儒尊佛의 시대였다.”     


이 탁견은 저자만의 주장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얼마 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조선의 승려 장인>을 통해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전시회의 성과가 이 책에도 담겼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죠. 저는 그동안 막연하게 궁금증만 품고 있었던 많은 부분을 이 책에서 풀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제5권이 더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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