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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석 Jun 04. 2022

밀도 있는 문장으로 그려낸 구원의 서사

정찬 <발 없는 새>(창비, 2022)

‘우리 시대의 소설’ 작가 정찬의 새 장편소설입니다. 작가께서 직접 서명을 적어 보내주신 책을 고맙게도 서점에 책이 풀리기도 전에 받았습니다.     


이야기는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면, 이 소설이 주는 재미는 남다릅니다. 첸 카이거 감독의 1993년 작 <패왕별희>와 지금은 하늘의 별이 된 배우 장궈룽(장국영)의 불꽃 같은 연기를 기억하는 분들에겐 더 그럴 테죠. 왕가위 감독의 <동사서독>과 <아비정전>까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여러 영화의 등장이 호기심을 한껏 불러냅니다.


그런 재미 속에서 소설이 더듬어가는 역사의 상처들은 깊기만 합니다. 소설 속에 언급된 여러 책 가운데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들을 취재한 존 허시의 <다큐멘터리 히로시마>와 난징대학살을 서구 사회에 알린 아이리스 장의 <역사는 힘있는 자가 쓰는가>를 일찍이 읽은 저로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문제가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오더군요.



상처는 치유될 수 있는가. 그들은 구원받을 수 있을까. 작가의 물음일 겁니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1급 소설가가 단단한 문장으로 그려낸 상처와 구원의 서사가 묵직한 감동과 함께 진한 여운을 남깁니다.      


좋은 소설은 마음의 허공에 다리를 놓아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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