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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석 Nov 06. 2022

미술의 쓸모가 뭐냐고 묻는다면…

양정무 <벌거벗은 미술관>(창비, 2021)


제목이 썩 와닿지는 않는, 그러나 그와 별개로 좋은 미술책입니다. 난처한 미술이야기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압니다. 저자가 미술연구자와 대중을 이어주는 훌륭한 존재라는 것을. 양정무의 책은 쉽고, 재미있으며, 유익합니다.      


여러 강연 원고에 토대를 둔 이 책은 우리가 미술을 접하면서 품게 되는 질문들에 관해 설득력 있는 답을 제시합니다. 1장에서는 고전미술이란 대체 무엇인가, 2장에서는 왜 웃는 표정을 그린 그림이 드물까, 3장에서는 박물관은 왜 필요한가, 마지막 4장에서는 코로나 시대에 미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제가 그동안 고민했던 것들과 겹쳐서 더 반가웠습니다. 특히 2장의 내용은 과거 제가 글로도 쓴 적이 있어서 다시 불러내 봅니다.     

[김석 기자의 문화이야기] 모나리자를 능가하는 한국의 미소

https://www.shinsegaegroupnewsroom.com/16530/     



1장에 소개된 우리 유물 가운데 ‘침금동인(鍼金銅人)’의 존재가 무척 흥미롭습니다.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된 이 유물은 키 86cm의 청동 인체상입니다. 박물관 유물 해설을 그대로 옮겨옵니다.    

 

창덕궁(昌德宮)에 보존되어 있던 것으로 동인(銅人)이라고도 한다몸의 표면 전신에 흐르는 경혈(經穴)을 몸체 앞 · 뒤와 팔다리머리 등에 선으로 새기고 이 선 위에 총 354개의 경혈을 뚜렷이 나타내었다정수리 부위에는 직경 1cm의 구멍이 있고그 양측에는 4의 보조 구멍이 있다밀납(蜜蠟)을 100로 끓여 인체상을 그 속에 담가 혈()이 막히도록 하여 인체상의 경혈점을 알아볼 수 없게 한 다음정수리 부분의 구멍으로 물이나 수은을 부어 침으로 찌르면 물이나 수은이 나오도록 하는 방식이다침구의(鍼灸醫)를 시험할 때 사용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흉복강(胸腹腔)에는 장기(臟器)를 두고 가운데는 비게 하였다손과 발 등 사지(四肢)는 몸체와 분리될 수 있게 하였고머리 부분은 전후로도 분리할 수 있게 하였다.     


참 흥미로운 유물을 참 재미없게 설명해 놓았군요. 1741년에 제작된 이 유물은 침놓는 자리를 알기 위한 교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제가 아는 한 우리나라 최초의 본격적인 인체 누드 조각상입니다.”라고 소개했습니다. 존재 자체로도 흥미로운 유물입니다.     


2장의 웃음과 관련해서는 독일 중부에 있는 나움부르크 대성당의 서쪽 성가대석을 둘러싼 사람 크기 조각상 12점 가운데 레글린디스 후작부인상이 도판으로 소개됐습니다. 그리고 불현 듯 그 조각상 가운데 저를 매료시킨 바로 그 얼굴을 떠올렸습니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역사상 최장수 관장이었던 필립 드 몬테벨로의 첫사랑 고백을 낳았고, 저 유명한 <장미의 이름>의 작가이자 미학자 움베르토 에코가 유럽 미술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 가운데 같이 밥 먹고 싶은 사람으로 첫손에 꼽은 바로 그 주인공은 우타 후작부인입니다. 그때의 흥분과 감동을 글로 쓴 바 있어, 다시 이 자리에 불러옵니다.     


[브런치] 수많은 이를 매료시킨 중세의 여인 조각상

https://brunch.co.kr/@kimseok7/103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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