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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석 Nov 28. 2022

조선 왕의 초상화를 그린 최초의 서양화가

<고요한 아침의 나라 조선/조선풍물지>(집문당, 1999)

아놀드 새비지-랜도어(Arnold H. Savage-Landor, 1865~1924)는 19세기 말에 두 차례 조선을 다녀간 영국의 탐험가이자 화가였습니다. 훗날 조선을 방문하고 돌아가 <Corea or Cho-sen: The Land of the Morning Calm>(William Heinemann, London 1895)이란 책을 펴냈죠. 제가 이 고색창연한 책에 주목한 까닭은 책에 도판으로 수록된 초상화 한 점 때문입니다.     


왕의 초상


<왕의 초상>이란 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랜도어가 조선을 방문했을 당시 왕은 의심할 바 없이 ‘고종’이었습니다. 따라서 고종을 전혀 닮지 않은 이 초상화의 주인공은 어쨌든 고종일 수밖에 없습니다. 랜도어는 이 책의 제11장 ‘초상화 그리기’에서 왕비의 사촌 가운데 한 명인 민상호가 궁중 예복을 입은 초상화를 그렸고, 두 외척인 병조판서 민영환과 예조판서 민영준의 초상화를 그려달라는 요청에 응했다고 밝혔습니다.   

  

고종의 초상도 그런 과정에서 그리게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잘 그리고 못 그리고 상관없이 이 그림은 랜도어에게 ‘고종의 초상화를 그린 최초의 서양화가’라는 수식어를 붙여줬습니다.


민영환의 초상


집문당 출판사에서 1999년에 초판을 낸 <고요한 아침의 나라 조선 / 조선풍물지>에는 마찬가지로 영국의 외교관이었던 윌리엄 리처드 칼스(William Richard Carles, 1848~1929)의 책 <Life in Corea>(Macmillan Co., London 1888)가 나란히 묶여 있습니다.      


앞의 책보다는 읽는 재미가 크게 덜하지만, 여기에도 주목할 만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개항기의 수출화가 기산 김준근의 조선 풍속화 30점이 도판으로 수록돼 있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서문에 “삽화들은 대부분 원산의 조선 사람 화가가 먹으로 그린 그림들의 재현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저자가 조선 여행 당시 원산을 직접 방문했던 만큼, 기산의 주요 활동 무대였던 원산에서 그림을 실제로 구매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얼음 낚시


노상강도


책에 수록된 도판은 30점인데, 대부분 김준근의 수출 풍속화에 반복되는 소재들입니다. 하지만 개중에는 제가 못 보던 것들도 더러 있어서 이 또한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심지어 ‘노상강도’를 풍속화의 소재로 그렸으니 말 다했습니다.     


이구열의 <우리 근대미술 뒷이야기>에서 가지 쳐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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