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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석 Dec 14. 2023

하늘 위에서 바라본 세상

[석기자미술관]⑤곽아람 개인전 <위치>

<Look From Above 3>, 191×130.5cm, 장지에 수묵채색, 2022


전시 제목이 말해주듯 곽아람의 작품에 주목하게 하는 것은 ‘시선’이다. 지난가을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취재차 찾은 진도 전시장에서 곽아람 작가의 작품을 ‘발견’한 것은 뜻밖의 수확이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도시 풍경을 그리는 한국화가의 존재. 위성사진이라는 도구를 소재로 삼은 것도 물론 좋았지만, 우리 한지의 일종인 장지(壯紙)에 먹과 은은한 채색을 입혀 완성한 그림은 한국화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게 했다.     


비엔날레 전시장에 걸렸던 작품 두 점 가운데 하나가 이번 개인전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위 작품이다. 작품 제목은 <Look From Above>.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도시 문명의 단면을 보여주는 위성사진. 흔히 그 사진은 정보 수집과 정찰, 감시 등 구체적인 목적에 따라 활용되지만, 작가는 사진이 보여주는 실재하는 현실 공간을 화폭에 옮기는 과정을 통해 개별적인 인간 존재를 성찰한다.     


특히 이 작품에서 주목했던 건 화면 한가운데로 흐르는 곡선이 주는 긴장감이다. 곽아람 작가의 작품들은 <Path>, <Gaze From The Moon>, <Look From Above> 등 같은 제목을 가진 몇 가지 연작으로 묶이는데, 아직은 상당수 작품에서 이만한 회화적 긴장감을 찾기가 어렵다. 그러니 작가가 선택하는 장면 자체가 이 작가의 작업에 가장 중요한 지점이 될 수밖에 없다.      


<Land>, 193.9×390.9cm, 장지에 수묵채색, 2023


<Gaze From The Moon 5>, 50×50cm, 장지에 수묵채색, 2023


다행히도 지구라는 별에는 우리가 평생 한 번도 본 적 없는 수많은 풍경이 존재할 것이므로, 그저 내려다보는 색다른 풍경 하나가 아니라 커다란 세계 안의 나란 존재를 꾸준히 성찰하는 작가의 모습을 기대해볼 만하다. 더욱이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가가 얼마나 성실하게 작업에 임했는지 알게 된다. 또 하나, 상투적인 극사실 기법에 빠지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는 점도 좋다.     


<Path 1>, 100×190cm, 장지에 수묵채색, 2023


<Path 3>, 37×115cm, 장지에 수묵채색, 2023


직선 구도의 작품은 다소 딱딱하고 단조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게다가 이 작가의 작업이 돋보이려면 작은 캔버스보다는 처음에 소개한 작품처럼 큰 화면에 더 넓은 시야를 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화면의 크기가 ‘몰입’을 좌우할 것이기 때문. 확실히 남과는 다른 시선, 나만의 시선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곽아람 작가의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실감했다.     


아직 젊고,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 보여줄 것이 더 많은 작가의 성장을 기대한다.     


<태양에 가려 못봤던 것들>, 181.8×227.3cm, 장지에 수묵채색, 2017


전시정보

제목곽아람 개인전 <위치 Where we are>

기간: 2023년 12월 21()까지

장소인디프레스 갤러리(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자로 31)

문의: 070-7686-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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