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규 《한중일 동물 오디세이》(은행나무, 2020)
재야에 고수가 많다는 걸 또 한 번 실감한 책입니다. ‘재밌어서 끝까지 읽는’이란 제목이 부끄럽지 않게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과 중국의 역사까지 아울러 갖가지 동물들의 희로애락을 흥미롭고도 유익하게 풀어냈습니다.
그냥 재미있게만 쓴 것이 아니라 시종일관 비판적인 시각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이 책의 첫 글 <태초에 신은 곰이었을까?>에서 저자는 단군신화의 왜곡 상을 명쾌하게 정리해 줍니다. 역사가 언제 신화로 돌변했는지, 누가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단군왕검의 성격을 제대로 알 수 있죠. 삼족오 신화와 연오랑 세오녀 이야기가 제철 기술과 연결된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동물들의 수난에 얽힌 슬픈 역사가 꽤 많다는 겁니다. 임진왜란 직전에 일본 대마도 도주가 보낸 공작이 섬으로 귀양 간 사연이며, 일제강점기에 군수용 가죽으로 학살된 우리의 토종견들, 2차 대전에서 패망하기 직전 일제가 창경원 동물들을 독살한 끔찍한 만행, 고려시대에 거란이 화해의 의미로 보낸 낙타가 굶어죽은 사연, 조선 태종 때 일본에서 보낸 코끼리의 고달픈 삶까지 이런저런 동물들이 겪은 각양각색의 고난들이 국가의 공식 기록에 남아 전합니다. 이 기록들은 나중에 원문과 함께 하나하나 소개해보려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역사 속 동물을 소재로 이보다 더 잘 쓰긴 어렵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공부도 깊고 내용도 풍부합니다. 저 또한 옛 그림이나 유물 속 동물에 워낙 관심이 많은 터라 두고두고 참고할 만한 이야기가 많더군요. 저자는 2부에 실린 <임진왜란에 참전한 원숭이 기병대 300명>에서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가 《역사비평》 2018년 가을호에 실은 논문 <소사전투에서 활약한 원숭이 기병대의 실체>에서 주장한 내용을 반박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도 무척 재미납니다. 나중에 소개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