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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석 Jul 23. 2020

팬데믹 시대에 독서로 여행하기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3》(창비, 2020)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를 찾아가는 중국 답사기 세 번째 책입니다. 감히 해외여행을 꿈꾸기 힘든 시대. 그 갑갑함을 조금이나마 달래줄 수 있는 건 지금으로선 책밖에는 없지 않나 싶네요. 유홍준 교수의 실크로드 답사기는 이렇게 세 권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우리 땅, 우리 역사가 아니기에 국내 답사기만큼 소구력을 갖긴 어렵겠죠. 그럼에도 실크로드 답사기는 흥미진진합니다. 유익하고요. 유홍준 교수는 머리말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든 면에서 실크로드 답사는 내 답사 인생에서 가장 감동적인 여행이었다.”     


출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어느 기자가 물었죠. 어째서 가장 감동적이었느냐고. 책에는 없는 답이 나왔습니다.     

“국가를 갖지 못한 민족이 갖는 서러움이 얼마큼 큰 건가 하는 것을 절감하면서,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 민족인가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말 그대로 흥망성쇠. 실크로드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수많은 나라가 명멸해 갔죠. 나라를 잃은 민족은 제 역사마저 잃을 수밖에 없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고요. 중국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동북아시아 역사의 무대에서 우리 또한 오랑캐(夷)로 여겨진 것이 사실이고, 그런 우리 입장에서 주변에 있는 부족과 민족들을 또 다른 오랑캐로 불렀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나라의 있고 없음입니다. 유홍준 교수의 대답은 그런 맥락으로 읽힙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땅인데도 책을 읽으면 머릿속에 환하게 그 길이 그려집니다. 그러면서 몇 년 전에 가슴 두근거리며 읽은 신라인 혜초의 《왕오천축국전》과 김탁환의 소설 《혜초》를 거듭거듭 떠올려 보았지요. 정수일 선생의 다른 책 《실크로드 문명기행》은 어느덧 이 분야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듯 보입니다. 다음 독서는 이 책으로 옮겨가야 합니다.     


중앙아시아 유물이 우리 국립중앙박물관에도 꽤 많이 소장돼 있다는 사실은 앞선 중국 답사기에도 여러 번 소개됐습니다. 일본인 탐험가 오타니가 약탈하고 조선총독부가 품고 있다가 해방 후 한꺼번에 국립박물관으로 흘러든 결과죠.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의도하지 않았던 일이니까요.     



중국의 4대 석굴사원으로 하나로 꼽힌다는 키질석굴의 벽화에 지금도 남아 있는 선명한 블루는 무척이나 매혹적입니다. 저 블루는 어찌 그리도 오랜 세월을 이겨냈을까 궁금해지더군요. 본문에서 벽화의 블루를 설명한 대목을 옮겨옵니다.     


파란색 안료를 많이 사용한 것이 눈에 띈다이 푸른색 안료는 라피스 라줄리’(lapis lazuli)로 우리에게는 흔히 청금석(靑金石)이라 알려진 광물로부터 얻어낸 것이다이로 인해 키질석굴의 청색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고 푸른 석굴이라는 애칭을 갖게 되었다이것은 당시 아프가니스탄에서만 나오던 광물이라 이를 구하기 위해 많은 돈을 썼을 것으로 생각된다그만큼 쿠차 사람들은 푸른색을 좋아했다는 얘기인데 실제로 지금도 쿠차의 민가를 보면 대문과 창틀이 대부분 청색으로 되어 있다쿠차 사람들은 그 푸르름에 대해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푸른 하늘은 그 자체가 신이다.

푸르름과 있으면 평화롭게 살 수 있다.     


산토리니 해변의 풍경까지 떠올리게 하는 푸른색의 매혹. 책을 읽으면서 떠나는 여행은 한없이 자유롭습니다.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허무는 자유로운 상상 속 여행이니까요. 여전히 각박한 일상을 묵묵히 살아가는 이들에게 주는 위안입니다. 코로나19 시대에 답사기가 갖는 가치는 더 오롯합니다. 이 책에서 가장 선명하게 남은 이미지 하나를 소개하며 독서 여행을 마치고자 합니다. 타클라마칸 사막의 단단윌릭 유적에서 발견된 이 그림에는 ‘서역의 모자리자’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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