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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석 Oct 13. 2020

작가 조정래, 그 치열한 삶에 경의를

조정래 《홀로 쓰고, 함께 살다》(해냄, 2020)

이 책의 첫 독자가 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물론 기자간담회를 앞두고 예습을 해야 하는 현실적 필요가 있긴 했지만요. 어떤 책의 첫 독자가 되는 것은 퍽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자식 같은 책을 세상에 내놓는 작가의 심정과 똑같다고야 할 수 없겠죠. 그래도 분명한 건 독서가 책을 매개로 작가와 대면하는 일이란 겁니다. 물론 취재 현장에서 몇 차례 조정래 선생을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꼭 그게 아니더라도 저는 지금까지 책으로 꾸준히 작가를 만나온 셈이죠.     



등단 50주년을 맞아 공모한 독자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쓰인 산문집입니다. 묻고 답하는 내용이라 술술 읽힐 뿐 아니라, 작가 조정래의 삶과 문학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줍니다. 문학, 소설, 책 따위를 빼고 이 책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낱말은 ‘노력’입니다. 특히 책의 1부 <문학과 인생, 인생과 문학>에서 작가는 끊임없이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작가 자신은 ‘꼰대’처럼 보인다고 할지도 모른다면서도 재능을 넘어서는 노력을 줄기차게 이야기합니다.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구절은 작가가 평생의 신념으로 삼은 이 문장입니다.     


문학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해야 한다.     


특별히 두 가지에 깊이 감동했습니다. 하나는 1부에 실린 작가의 부인과 손자의 편지입니다. 작가가 올해 생일에 받은 편지에는 남편에 대한, 할아버지에 대한 가족의 진심 어린 애정과 존경이 가득 담겨 있더군요. 이렇게 늙는다면 참 좋겠습니다. 솔직히 부러웠고요. 좌고우면 하지 않고 한평생 오로지 글 쓰는 일에만 매달린 그 뚝심, 그 일관성을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인정받는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또 하나는 2부에 소개된 ‘전권 필사’ 이야기입니다. 책을 꽤 많이 읽는다고 자부하는 저도 이 대목에선 절로 움츠러들 정도였죠. 읽기에도 벅찬 열 권짜리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손으로 직접 쓴 독자들이 있다는,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라 수십 명이란 사실에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작가에게 이보다 보람 있는 일이 어디 있을까요. 벌교의 태백산맥문학관에 전시돼 있다는 독자들의 필사 원고 뭉치, 상상만 해도 아득해집니다. 작가가 쓴 것을, 독자가 읽고, 다시 씁니다. 독자가 곧 작가가 되는 셈이죠. 책의 마법입니다.     


나는 언제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낸 적이 있었던가. 책을 읽으며 자신을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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