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완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나무옆의자, 2020)
이 책을 읽은 제 소감입니다. 책이 점점 읽히지 않는 시대에 작가는 책을 주인공 삼아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문을 닫게 된 도서관. 이곳에는 ‘어디에도 없는 책들을 위한 도서관’이란 이름이 붙어 있죠. 자기 이름으로 책을 공식 출판하지 못한 이른바 ‘사가본’들이 도서관으로 모여듭니다.
소설은 이 특별한 도서관의 유일한 사서의 입을 빌려 도서관과 그곳에 드나드는 사람들과 다른 도서관에선 만날 수 없는, 아마도 지구상에 유일무이할 책들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그 책들의 면면을 읽다 보면 마치 장정일의 독서일기를 읽는 기분이 되죠. 하지만 작가는 그보다 훨씬 더 친절합니다. 세상에 이런 책이 있단 말인가 싶은 특이한 책인데도, 당연히 그런 책을 읽지 않은 독자가 이해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게다가 이 사려 깊은 소설에는 책에 관한 작가의 박물학적 지식과 깊은 애정이 담긴 글귀들이 가득합니다. 작가는 틀림없이 책을 몹시도 사랑하는 사람일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조금 식상한 은유지만 사람은 우주다. 사람은 책이다. 한 사람의 깊이는 우주의 깊이와 같다. 그 깊이를 헤아리기 위해서는 그를 오래도록 읽고 또 읽어야 한다. 그는 새롭게 계속 쓰여지며 끝나지 않는 책이다. 그리고 어떤 책은 시간이 흐르며 더욱 새롭고 흥미롭고 신비로워진다. 그런 책을 읽어 나가는 건 기쁨과 흥분을 주는 모험이다. (…) 달리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책이 외면받는 시대에 책을 진지하게 사유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소설은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