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열정적인 사랑을 하고 있다.
연애감정이 3년이라는 일반적인 학설이 있다.
일반적인 학설에 사람들은 속아서 정말 그 사실을 믿는 듯하다.
나는 일반적인 학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은 정말 다양하고 환경 역시 너무나 독특하다.
그리고 시대 역시 너무나 다르다.
이러한 다양성을 과거의 한 특별한 학설이 진리가 될 순 없다.
그래서 나는 이 연애감정이 3년이라는 사실을 애초부터 믿지 않았다.
그래, 나는 올해로 10년 차 된 커플이다.
그리고 며칠 전 우리는 결혼 10주년 기념행사를 조촐하게 진행했다.
누구보다도 은밀하고 진지하게 둘만의 비밀장소에서.
우린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열정적이고 뜨거운 사랑을 하고 있다.
10년 전 사랑보다 더 성숙해졌지만
그 성숙이 의미하는 바가 풋풋함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우리는 서로의 치부를 예전보다 더 잘 알게 되었고
서로의 장점 역시 예전보다 더 잘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그녀와 나를 알아가고 있다.
나도 나를 여전히 잘 모르고,
그녀 역시 그녀를 여전히 잘 모른다.
그러니 우리가 서로를 알아가기에는 한평생으로는 분명히 부족하다.
그뿐만 아니라 정체되지 않고 때로는 성장하고 때로는 퇴보하는 우리다.
어제와 오늘의 나와 그녀는 너무 다르다.
내일의 그녀와 나 역시 다를 것이다.
이러한 사실이 우리를 더욱더 새롭게 뜨거운 사랑을 하도록 만든다.
10년이라는 세월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다.
이런 속도라면 조만간 결혼 20주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때는 어떤 관계가 되어 있을까?
지금은 우리 둘은 가장 친한 친구다.
그리고 가장 은밀한 이야기까지 거침없이 할 수 있는 사이이기도 하다.
물론 때로는 열렬하게 싸우기도 하고 진솔하게 화해를 하면서 서로가 성장한다.
처음에 나는 싸움을 피했지만, 그 싸움에 뛰어들어 나의 모난 부분을 볼 수 있었다.
그런 나의 용기에 그녀 역시 변했다.
아마 앞으로 10년도 이런 과정을 계속 반복할 것이다.
우리는 열렬히 사랑할 것이고
사소한 일에 서로 서운해하고 상처도 받을 것이고
서로의 상처를 서로 보듬어주는 역할도 할 것이다.
때로는 그 어떤 원수보다도 미워할 수도 있고,
그렇게 원수처럼 미워했다가 그 어떤 젊은 연인보다도 더 뜨겁게 사랑하기도 할 것이다.
10년을 돌이켜보니,
나의 아내보다 더 좋은 건 세상에 없었다.
앞으로 10년 역시
나의 아내보다 더 좋은 건 세상에 없을 것이다.
오늘 글은 좀 질투를 많이 받을 수도 있는데,
질투를 받기 위해서 그동안 수없이 나락에 떨어졌던 날들도 기억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