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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씨네가족 Nov 12. 2020

아이들이 원하는 엄마, 아빠



이제 한글을 조금 깨친 둘째의 그림


이제 막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셋째의 그림


둘째의 한글은 정확히 쓰진 못했지만, 누구나 알아볼 수 있다.

셋째의 한글은 그림 없이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부모는 알아볼 수 있다.


나의 마음에 있는 어떠한 걸 그림이나 언어로 표현한다는 건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서 그리고 내가 어떤 언어로 표현하는지에 따라서 상당히 오해의 소지가 많이 생겨난다. 정확하게 나의 속 마음을 표현하기에는 언어와 문자는 분명히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그 한계를 깨고 상대방의 속마음을 정확히 이해하기에는 언어와 문자, 그림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아이들의 언어는 여전히 부족해 보이고,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 역시 정확하지 않다. 사실 엄마는 거의 치마를 입지 않는데 그림에 나온 엄마는 주로 항상 치마를 입고 있다. 이 그림으로 우리 가족을 설명하기에는 분명히 한계가 많다. 그리고 설명이 필요하지만 그 설명으로 우리 가족을 다 표현해 내기에도 한계가 있다.


그런데 그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그림은 부모의 마음을 훔치기에 충분하다. 표현도 부족하고 그림도 서툴지만 그 누구보다도 아이들이 엄마, 아빠가 이런 모습으로 지내길 바라는 희망이 그대로 전달이 된다. 그저 아이들에게는 엄마, 아빠가 두 손 꼭 잡고 서로를 바라보면서 행복하게 지내는 게 가장 큰 소원이라는 그 바람이 그대로 전달이 된다. 그러한 맑은 날만 매일 연출되기를 바라는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만 해도 인생을 참 잘 산 것이 아닐까?


부모가 된다는 건 많은 책임을 진다는 걸 의미한다. 때로는 그 책임감에 짓눌려서 진정으로 아이들이 원하는 걸 잊어버릴 때가 꽤 있다. 아이들의 필요를 채워주기 위해 너무나도 바쁜 나머지 아이들이 정말 원하는 엄마, 아빠와의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때가 꽤 있다. 


조금 부족해도, 조금 가난해도, 조금 여유가 없어도, 조금 필요한 걸 못해줘도

아이들은 그저 엄마, 아빠가 두 손 꼭 잡고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만 보여주더라도 정말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고 믿는다.

아마도 부모의 과도한 욕심이 이러한 행복을 스스로 저버리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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