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아기 오리의 일기

브런치저작권위원회

by 효라빠

2021년 8월 15일. 날씨 무더움.


사람들은 내가 오리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아기 백조다. 하지만 친구들은 미운 오리라고 부른다.

'뭐~ 일종의 별명이랄까?' 백조인데 하얀색의 아름다운 깃털이 아니라 오리 새끼 같은 텁수룩한 털을 가지고 있다고 그런 별명이 생겼다.

백조 친구들은 학교에 가면 미운 오리라고 종종 놀리기도 하지만 난 이 별명이 좋다.

나만의 독특한 스타일이니까.

백조는 왜 하얀색 털이여야만 하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하얀색이 아닌 잿빛의 털도 예쁘고, 물놀이도 잘되고발길질 하는데 아무 탈도 없는데 말이다.


오늘은 날씨가 무더워 오리 친구, 백조 친구들과 호숫가에서 물놀이를 했다. 물놀이하는 주변으로 사람들이 다니는 산책로가 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기 시작했다. 엄마에게 물어보니 '코노나' 아니 '코로나'라는 어떤 무슨 전염병 때문이라고 했는데 들었어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든 무더운 날씨에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꽤 불쌍해 보인다. 가끔은 호숫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술 마시고 춤추며 노래하면서 마스크 안 쓰는 사람들도 있던데 그 사람들은 왜 안 쓰는지 자세히는 모르겠다. 답답해도 마스크 쓰고 다니는 사람들과 비교해 보면 그렇게 놀러 다니는 사람들은 꽤 이기적인 거 같다.


아침에 가족들이 호숫가에 함께 발 저으며 수풀(아침)을 먹는데 엄마와 아빠가 왜 물길질을 열심히 하지 않느냐며 혼을 내셨다.

형은 물길질도 잘하고 털 색깔도 하안색으로 예쁘다며 칭찬하면서 나한테는 왜 형처럼 못하냐고 뭐라고 하셨다. 나는 왜 물길질을 잘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못하는 백조도 있고 잘하는 백조도 있을 텐데.

나는 날개가 다 자라 멀리 날아갈 힘이 생긴다면 자유롭게 여기저기의 호수와 하늘을 여행 다니고 싶다.

새로운 새들도 사귀고 처음 가보는 호숫가에서 수영도 하고 싶다. 하지만 어른 백조 들은 그런 걸 알아주지 않는다. 깃털이 하얏고 예쁜 백조들만 이쁨 받는다. 거기다 물 길질 까지 잘하면 엄친아라고 칭찬도 받는다. 꼭 그런 백조들만 이쁨을 받는지 이해할 수 없다.


형은 물길질도 잘하고 털도 예뻐서 '농장 대입고사'를 통과해 아빠처럼 농장 의과대학에 간다고 하는데 나는 지금처럼 친구들과 자유롭게 노는 게 좋다. 형은 형이고 나는 나니까......


눈치 보며 수풀을 먹는데 아빠랑 엄마가 대화하는 게 들렸다.

"여보. 큰애 이번에 대입고사 잘 치러야 농장 의과대학 들어가지 않을까요? 안되면 수시로라도 갈 수 있으면 좋겠는데. 요즘은 수시로 가는 방법도 다양하다고 하더라고요. 당신이 병원 친구들 소개해서 점수 좀 잘 받게 할 수 없어요?"

"어허~ 큰일 날 소리 하네, 내 동기 아들 의과대학 수시로 가면서 서류 복사했다고 농장 검찰국에서 기소해 농장 판사가 '헛간 감금 처분 4년' 받은 거 몰라? 말조심해 이 백조야!"

"그러긴 한데......, 거기 백조 선생님이 잘한 건 아니지만 헛간 감금 처분 4년은 조금 심한 거 같아요."

"글쎄. 나는 잘 모르겠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백조보다 백수가 더 편할지 모르겠네..... 허허허"

아버지의 썰렁한 아재 개그로 짧은 대화는 끝이 났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있으면서도 무슨 말인지 몰랐다.


서둘러 수풀을 먹고 학교 갈 준비를 했다.

동물 학교에 가면 나는 오리 친구들이 많다. 백조이긴 하지만 털 색깔이 하얀색이 아니어서 인지 아기 백조들 보다는 아기 오리들이 나는 더 잘 맞는다. 그런데 조금 이해 안 되는 게 있다. 오리나 백조나 다 같은 동물들인데 엄마도 그렇고 동네 이모들도 그렇고 아기 오리들하고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한다. 엄마는 특별한 이유는 설명을 해주지는 않는다. 가끔 동네가 달라서 그런다고 하는데 우리 집은 호숫가에 깨끗한 수풀이 있고 오리 친구들은 오래된 수풀이고 공동 수풀이어서 그런지, 왜 자꾸 놀지 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가는 길도 그렇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리 친구들이 우리 호수가 수로 아장아장 헤엄치며 다녔는데 호수 관리 백조 아저씨들이 아기 오리들은 다지지 말라고 길을 막아 버렸다. 그래서 아기 오리든을 힘들게 저수지를 지나서 학교에 나온다. 같은 동물끼리 꼭 이렇게 차별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엄마는 우리 백조는 오리랑 다른 천연기념물이니까 우리들끼리 놀아야 된다고 하시는데 같은 동물들끼리 꼭 그걸 따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하얀색 깃털이 아름답고 흔하지 않다고 하지만 같은 동물들끼리 그러는 걸 이해하지 못하겠다. 백조 친구들보다 오리 친구들이 더 따뜻하고 말도 잘 들어주는데 말이다.


농장 학교가 끝나고 아빠랑 호숫가에서 물놀이를 하는데 길가에 예쁜 깃발이 많이 꽂혀 있었다.

"아빠 저 깃발들은 뭐예요?"

"응. 저건 태극기라는 깃발인데. 오늘이 사람들 독립기념일이래"

"독립기념일이요? 그게 뭔데요?"

"아~ 일본이라는 나라 사람들이 예전에 이곳에 쳐들어와 여기 사람들을 못살게 굴고 괴롭혔데.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죽이기까지 하고 나라도 뺐어버렸데. 그렇게 힘들게 지내다가 어렵게 어렵게 그 일본이라는 사람들에게서 괴롭힘을 당하지 않은 날로부터 76년이 되는 날 이래"

"네. 왜 사람들은 그렇게 다른 나라를 쳐들어 와요? 다 같이 잘 지내면 좋을 텐데. 우리 백조나 동물들은 가끔 싸우기는 하지만 자기들끼리 잘 살아가잖아요."

"그러니까 말이다. 아빠도 왜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지는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다 욕심 이 많아서 그러지 않겠니? 부족하면 부족한 데로, 여유 있으면 여유 있는 데로 살면 될 텐데 풍족해도 하나라도 더 갖으려고 하니까 그런 현상이 아마도 생기지 않겠니"

"네. 그럼 일본이란 나라는 반성하고 이제는 서로 잘 지내구 있어요?"

"글쎄. 아직도 반성 안 하고 있는 거 같던데"

"그 사람들은 참 욕심도 많고 이기적인 사람들이네요"


아빠가 말해주는 이야기를 들었어도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많이 복잡한 거 같다. 동물들은 자기 필요한 게 채워지면 더 욕심부리지 않는데 사람들은 그렇지 않나 보다.


빨리 잿빛 깃털들이 튼튼한 날개가 되어 형들처럼 먼 하늘을 날아오를 수 있는 그날이 됐으면 좋겠다.

자유롭게 멀리멀리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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