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일 날 어머니를 위해서......
1977년 음력 8월 9일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머리를 들이밀었다
어머니 품 안 따뜻한 양수의 포근함에서 밖으로 나온 세상은 낯설었다
눈을 뜰 수 조차 없이 눈부신 환희는 어머니의 신음이었고
그 애끊는 신음 소리 속에서 가냘프게 나오는 웃음소리는 어머니의 행복이었다
난생처음 보는 얼굴에 의해 어머니와 나의 교감의 끈이 잘리어졌고
쭈글쭈글한 얼굴로 부비는 어머니의 풍만한 젖가슴은 잘리어 버린 탯줄을 대신한 사랑이었다
문밖에서 기다려야 할 아버지는 아랫마을 노름방에서 화투를 치셨고
칼라 텔레비전을 잃으셨다고 하셨다
본인은 그런 일이 없다고 극구 부인하는 게 화투를 안치셨다는 것인지
칼라 텔레비전을 안 잃으셨다고 하는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45년이 지난 지금 어머니의 자궁은 폐경이 되었고
사랑이 가득 차 풍만하던 젖가슴은 주름만이 남아있을 것이다
이제는 어머니 대신 끓여주는 아내의 미역국을 먹으며 목이 메어 오는 건
어머니의 사랑이 그리워서 일까 아니면 어머니의 사랑에 대한 보답이 부족해서 일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음력 8월 9일 날
어머니를 위한 미역국을 끓여 어머니를 마주 보며 뜨끈한 미역국 한 사발 들이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