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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ㅅㄱ Mar 28. 2023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는가?하는 일을 좋아해야 하는가?

'드르륵~' 

교실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어두운 밤 별빛처럼 맑게 빛나는 순수한 아이들의 눈동자가 내게 쏟아졌다. 

순간 긴장이 됐지만 그렇지 않은 척 말을 했다. 

"안녕~ 애들아~"  

"우와~ 누구세요?" "경찰이에요?" "뭐 하시는 분이세요?" 

빳빳하게 다려진 정복에 번쩍거리는 계급장이 아이들의 시선을 한곳에 집중시켰고 궁금증도 불러일으켰다.

"응, 오늘 일일 교사로 강의하러 온 교도관 선생님이야"

교도관이라는 말에 아이들이 갸우뚱했다. 몇몇 아이들은 안다는 듯 고개를 책상에 숙이고 취침 모드로 돌아갔다. 굳이 깨우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어쩌면 달콤한 오후의 낮잠이 한 시간 동안의 내 말보다 아이들 성장에 더 좋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고, 나도 저 때 엄청나게 졸았지 하는 추억도 떠올랐으니까.

"선생님은 오늘 교도관이라는 직업소개와 법을 왜 지켜야 하는지 가르쳐 주러 왔습니다. 하하"

"아~" 

짧은 대답과 함께 교실은 다시 침묵 속으로 들어갔다.

'보라미 준법교실'이라는 제목으로 아이들에게 교도관이란 직업에 대해 얘기를 하지만, 강의의 주된 내용은 나중에 성인이 되어 어떤 일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말을 많이 했다. 

"커서 하고 싶은 일이 뭐야?" "가장 좋아하는 것은?" 강의 도중 아이들에게 물었다. 

대부분이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했다. 

"좋은 직업이란 돈을 많이 버는 직업도 아니고, 안정적인 직업도 아니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가장 좋은 직업이야" 세상의 진리를 퍼트리는 듯 당당하게 소리쳤다.

그렇게 몇몇 학교를 다니며 교도관 일일 강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 강의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갑자기 드는 생각이 있었다.

'내가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니는 교도관이라는 직업을 나는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을까?'

대답은 바로 나왔다. '아니요'었다. 

내가 그렇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뭔가 맞지 않았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30%?, 20%?' 

정확한 통계 자료를 본 적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적성을 살려 직업 선택을 하고 있는 것 같진 않다. 

나 자신도 그중에 한 명이었다. 또 한 가지 드는 생각이 있었다. 

'직업을 선택할 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않지만, 나는 왜 교도관이라는 일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있을까?'

고민해 보니 나는 내가 좋아했던 일을 하는 게 아니라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고 있었다. 그때 답이 나왔다. 

인생을 살면서 좋은 직업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보다 하는 일을 좋아하는 거구나'였다.

성인이 되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도 힘겨워하고 권태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것에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현재 자신이 하는 일을 얼마나 감사하게 생각하며 만족해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그런 긍정적인 마음이 있어야 더 편안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이제는 아이들에게 직업 강연을 할 때 이렇게 말한다. 

‘어른이 되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좋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실망하지 마라.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보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는 게 행복한 삶을 사는 첫걸음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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