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동 하 응급환자 발생! 기동순찰팀 출동 바랍니다.'
한 번에 알아들을 수 없을 만큼 급박한 목소리가 trs에서 울려 퍼진다.
떨리는 목소리와 어수선한 주변 잡음 속에서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느껴진다.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뛰쳐나간다.
이제는 근무자의 trs 소리만 들어도 다급한지 아닌지 감이 온다.
숨을 헐떡이며 현장에 도착해 보니 사동 문이 열려있고 수용자가 쓰러져 있다.
한눈에 봐도 의식이 없고 상태가 안 좋아 보인다.
목에는 검붉은 자국이 선명하게 보인다.
차디찬 마루 바닥에 쓰러져 있는 수용자가 왜 이렇게 됐는지 알 수 있었다.
서둘러 들것에 실어 복도에 나와있는 스트레쳐카로 옮기고 대기 중인 구급차로 달린다.
정신없이 뛴다. 짧은 거리지만 숨이 차오른다.
의식 없는 수용자의 팔이 밖으로 흘러 덜렁거린다. 배 위로 올려놓는다.
다시 내려와 덜렁거린다.
보안과 앞 구급차가 보인다.
그를 차 안으로 옮기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한다.
가장 가까운 병원 응급실까지 10여 분, 비상 사이렌을 울리며 미친 듯이 달린다.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도 cpr을 계속한다.
쑥쑥 들어가는 가슴은 잘 올라오지 않는다.
갈비뼈가 부러졌는지 할수록 더 꺼지는 듯하다.
내 심정도 더 깊숙이 가라앉는다.
거친 호흡과 함께 땀이 얼굴을 타고 내려와 그의 가슴 위에 올려진 내 손등에 떨어진다.
'씨발~'이라는 소리만 나온다.
몇 분의 시간이 몇 시간같이 느껴진다.
응급실에 도착했다.
대기 중인 의료진에게 그를 넘기고 깊은 한 숨을 내쉰다.
의식은 없지만 다행히 아직 버텨주고 있다.
인계 절차를 마무리하고 다시 복귀한다.
퇴근할 무렵 소식이 들려왔다.
.
.
'응급 환자 사망했습니다.'
.
.
가슴이 찹찹하다.
'그래, 그놈은 어차피 죽어야 할 놈이었어!'
퇴근하는 차 안에서
나 자신을 위로한답시고 시부렁거린다.
'죽어야 할 사람이 있을까?'
스펀지 같이 푹푹 꺼져 가는 가슴을 눌렀던 손이 오늘따라 낯설게 느껴진다.
맥주 한 잔 하고 잠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