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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ㅅㄱ Jan 08. 2024

선물.

따뜻한 살인 33 (효라빠 장편소설).

법무부 마크가 새겨진 업무 수첩이 주형의 책상 위에 펼쳐져 있었다. 안에는 복잡한 메모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적혀 있었고 그중 한 단어가 도드라지게 눈에 띄었다.

'실행'

곽태성이 미결수로 수용되고 한 달이 지났다. 성균의 조언을 듣고 마음을 다 잡으려 한 주형이지만 쉽지 않았다. 자신의 머릿속에서 이성과 감정이 수없이 부딪쳤다. 업무일지에 적힌 메모에서 그 혼란이 마무리된 듯싶었다.

'실행'이라고 적힌 메모 옆으로는 '죽이는 법'이라는 글자도 희미하게 보였다. 뒷 장에는 편지인지 모를 글이 적혀 있었다.


[사랑하는 당신에게]

자기가 이 글을 본다면 아마 일이 발생했을 거야. 은혜가 일을 당하고, 형이 자살한 후 다시 일어서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어. 범인이 잡혀 법의 처벌을 기다리고 있지만 그걸로는 안될 거 같아. 내가 이런 선택을 한 게 옳지 않다는 것은 알아 하지만 이게 최선의 선택인 것 같아. 범인을 죽이고 나도 생을 마감할지 아니면 교도소에서 죗값을 치를지 모르겠지만. 당신과 아이들에게 남편과 아버지로서 역할을 할 수 없는 건 피치 못할 거 같아. 수십 번, 수백 번 아니 수천 번을 생각했어. 내 선택의 결과가 나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 우리 가족을 돌이 킬 수 없는 수렁으로 빠트리고, 당신과 아이들이 감당해야 할 부분이 너무 크다는 것도 알아 하지만 은혜와 형의 복수를 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아. 아직도 뭐가 정답인지는 잘 모르겠어. 내 행동이 맞다는 확신도 서지 않아 그렇지만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해 주기 바래. 남겨진 모든 짐을 당신한테 넘겨버리는 것 같아 가슴 아프지만 나는 이 방법 밖에 없어. 미안해. 정말 미안해. 마지막으로 아이들 잘 부탁할게....

두서없이 써진 메모는 마무리가 되지 않은 채 끝나 있었다.


교대를 받아 점심 식사를 하고 돌아온 주형은 담당실 의자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직원식당의 점심은 배고픔을 채우기 위한 수단밖에 되지 않았다.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사동으로 왔다. 그래서인지 체중이 줄어 바지 허리춤은 허리띠를 지 않으면 흘러내릴 정도로 커져 있었다.

사동 복도의 도우미 수용자가 밀고 가는 밀차 위 식간통에서 수용자 점심인 듯 된장국 냄새가 나며 지나갔다.  

곽태성은 배식받은 점심 식사와 개인적으로 구매한 김치와 참치, 훈제 닭다리를 펼쳐놓고 식사를 성대하게 치르고 있었다. 그걸 보는 주형의 입에서 비릿한 맛이 돌았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지만 곽태성의 모니터를 보고 있으면 비위가 상하기 시작했다. 가끔은 멀미를 하듯 구토가 올라오기도 했다. 심할 때는 그날 먹은걸 다 게워 낸 적도 있었다.

'그래, 마지막 만찬을 즐기길 바란다. 너는 이 세상에 존재하면 안 될 인간이야. 나를 원망하지는 마라. 다 네가 만든 상황이니까.'

혼잣말을 하며 책상 서랍을 열었다. 그 속에는 며칠 전 마트에서 구입한 과도가 들어있었다. 칼을 손으로 쥐었다.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밥이 넘어가는 그의 목구멍을 난도질해버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칼을 들었다고 할지라도 곽태성을 쉽게 제압할 자신이 없었다. 돌봐주는 이 없이 거칠게 야생에서 자란 그와 공부만 하며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란 자신은 전혀 싸움의 상대가 되지 않을게 뻔했다. 다행히 오늘 밤 야간근무 지원이 잡혀 있었다. 인간쓰레기를 처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교도관이 사적 복수를 위해 자신이 관리하는 수용자를 살해했다면 큰 사회적 파장을 가져올 거라는 걸 알고 있지만 많은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심경 정리가 됐고,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은 이후에 생각하기로 했다. 다만 동료들이 피해를 보게 될지 몰라 그게 걸리기는 했다. 자신의 인생과 가족까지 버리고 실행하는 상황에서 그런 이유로 멈출 수는 없었다. 빨리 해가 지고 무거운 어둠이 내려오기만을 모니터에 비치는 곽태성을 보며 기도했다.


[띵동 띵동 띵동~]

한두 시간이 지나자 인터폰 알람이 울렸다. 최태식의 방이었다. 주형을 배려한다고 점심시간이 끝나고 누르는 듯했다.

[인터폰 눌렀어요?]

주형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부장님, 면담 좀 할 수 있겠습니까?]

[뭐 때문에 그러는데요?]

[드릴 말씀이 있어서 그러는데 뵙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알았어요. 옷 입고 나오세요]

주형은 면담하기 귀찮았지만 일은 해야 했기에 습관처럼 대답했다.

최태식은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몰라 보게 핼쑥해져 있었다. 정기적으로 대학병원 외부 진료를 나가긴 했지만 일반인들처럼 정상적인 항암치료를 받기가 쉽지 않았다.

담당실 제어판에서 자동으로 철문을 열어 주자 이제는 스스로 걷는 것도 벅찬 듯 양팔의 목발에 의지한 채 힘들게 걸어 나왔다. 그의 힘없는 다리는 몸의 중심을 잡는 게 아니라 오히려 걸음에 방해가 되어 보였다. 몇 분 지나자 최태식이 노크를 하고 담당실 안으로 들어왔다.

"부장님, 안녕하십니까~"

비틀거리는 몸이지만 주형에게 인사를 건네는 목소리에는 아직 힘이 남아 있었다.

"이쪽으로 앉으세요. 몸도 불편한데 무슨 할 말이 있어서 이렇게 나왔어요. 인터폰으로 얘기해도 될 텐데..."

주형이 플라스틱 의자를 당겨주며 안타까운 듯 말했다.

"어쩌면 이번이 부장님을 보는 마지막이 될지 몰라 얼굴 한 번 뵙고 가려고 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마지막 이라니. 이송 간다는 말도 없었는데"

"내일 외부병원 진료 나가는데 이번에 갔다 오면 의료사동으로 전방된다고 합니다."

씽긋 웃으며 말하는 표정이 지금까지 교도소에서 살아가던 험악한 인상의 최태식의 모습이 아니었다.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고 반성도 하지 않고 살아가던 그는 어디 가고 주형 앞에 앉은 최태식은 평범한 사람처럼 보였다. 다만 쇠창살 쳐진 교도소라는 장소와 입고 있는 파란색 수의 만이 그가 범죄자라고 말해 주고 있었다.

"아... 그렇군요. 막상 간다고 하니 서운하네요. 몸은 좀 어때요?"

"진통제로 버티고 있습니다. 죗값 받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제 얼마 못 산다고 하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듭니다. 그중 부장님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적지 않은 세월 살아왔지만 지금까지 누구 하나 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해준 사람이 없었습니다. 부장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지 싶습니다. 암 만 걸리지 않았다면 정신 차리고 새롭게 살아가야지 하는 마음도 있는데... 그럴 기회가 생길지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좋은 말씀과 이것저것 잘 챙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힘들 때 잡아주셨던 부장님의 따뜻한 손을 잊을 수 없습니다. 저는 나쁜 놈입니다. 악질 중에 악질입니다.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고 했듯이 저도 바뀌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부장님 가까이 있으면서 이상하게 제 마음이 조금씩 변하는 걸 느꼈습니다. 저로 인해 피해 입은 분들에게 정말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마지막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사람답게 살아보고 싶습니다. 하느님이 기회를 주실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최태식은 살이 빠져 말라버린 두 손을 무릎 위에 가지런히 모으고 성모마리아 상 앞에서 자신의 죗값을 뉘우 치듯 주형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을 이어갔다.

"내가 뭘 해준 것도 없는데....."

주형이 쑥스러운 듯 말을 하다 말았다.

"아닙니다. 저한테 많은 힘을 주셨습니다. 특히 반성할 수 있는 힘을 요"

최태식이 주형의 얼굴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지금이라도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건 다행이네요. 교도관을 오래 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잘못에 대해 반성하고 죄를 뉘우치는 수용자를 종종 봤습니다. 저도 태식 씨가 그런 마음을 가졌다고 하니 기분 좋네요. 지금처럼 편하게 마음 가지면 병 치료하는데도 훨씬 좋을 거예요."

주형도 최태식의 진심에 따뜻한 말을 건넸다.

"그런데 부장님 요즘 무슨 걱정 있으세요? "

"걱정이요? 어... 없어요"

갑작스러운 최태식의 질문에 주형이 놀라며 대답했다.

"예전과 다르게 좀 이상해 보여서요, 저만 그렇게 느끼는 건지 모르겠지만"

"제... 제가 그렇게 보였나요? 아무 일 없어요. 요즘 피곤하더니 그런 거 같네요. 저보다 태식 씨 건강이 중요하니  본인 몸부터 챙기세요"

자신의 계획을 들킨 거 같아 당황한 주형이 다른 주제로 급히 말을 돌렸다.

일하면서 최대한 티를 안 낸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았나 보다. 최태식이 그렇게 말한다면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그렇게 느낄 것 같았다. 더 이상 말하는 것도 이상해 보여 대충 얼버무리고 말았다.

"그래야겠죠. 제가 지금 다른 사람 걱정해 줄 상황도 아니긴 하죠."

두 볼이 쏙 들어간 최태식의 얼굴에 어색한 미소가 맺혔다. 일부러 웃는 마지막 웃음처럼 보였다.

"어쨌든 그동안 부족한 저를 신경 많이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장님 덕분에 사람 같지도 않은 제가 처음으로 사람대접받아 봤습니다. 얼마 살지 모르겠지만 이 말은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부장님 빨리 승진도 하시고 가족들 모두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날카로운 눈매처럼 비수 같은 말만 던지던 최태식이 진심 어린 안부를 전하자 주형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고 하던데, 완전히 고쳐 진거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순간은 전과 같은 살기 띤 모습의 최태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병원 진료 잘 받고 오세요. 의료 사동에 있어도 오고 가며 한 번씩 보면 되죠."

자신 때문에 변하게 됐다는 최태식의 말에 주형이 부끄럽다는 표정으로 말이 맺었다.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래요. 몸 관리 잘하세요"

여전히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최태식은 담당실 문을 열고 자신의 방을 향해 절뚝거리는 발걸음을 옮겼다.

사동 복도를 걸어가는 최태식의 앞에 운동을 끝내고 들어오는 수용자들이 보였다. 그중 얼마나 운동을 열심히 했는지 얼굴이 땀범벅인 채로 어슬렁 거리며 들어오는 곽태성도 있었다. 운동 근무자가 운동이 끝났다고 외치자 담당실의 주형이 자동으로 각 방의 전체 철문을 열었다. 사동 복도가 수많은 사람으로 미어터지는 시장통 같이 어수선했다. 하나 둘 각자의 방을 찾아 들어갔다. 곽태성도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혼자 쓰고 있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려는 찰나 누군가 곽태성의 방 문을 잡았다. 그리곤 그도 조용히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손에 들고 있던 스테인리스 목발로 앞을 바라보고 있던 곽태성의 뒤통수를 힘껏 내려쳤다. 최태식이었다. 절뚝거리는 암투병 환자라고 하지만 성인 남성이 있는 힘껏 휘두르는 스테인리스 목발의 힘은 무시할 수 없었다. 곽태성은 그대로 앞으로 꼬구라졌다.

'으악~'

짧은 비명 소리가 났지만 운동을 끝내고 방으로 들어가려는 몇 십 명 수용자들의 웅성거림에 섞여 비명소리는 아무도 듣지 못했다. 나무 마룻바닥에 머리를 박고 쓰러진 곽태성의 등뒤로 최태식이 올라탔다. 주머니 속에서 화장지로 돌돌 말린 뭉치를 꺼내 펼치자 알루미늄 철판으로 만든 사제 칼이 나왔다. 집게와 검지를 합친 거 만한 작은 크기였지만 날카롭게 갈린 칼날은 횟집의 회깔과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았다. 거기서 나오는 살기는 회칼보다 더 충만했다. 마룻바닥에 쳐 박혀 미세한 신음소리를 내던 곽태성의 머리카락을 최태식이 한 손으로 움켜 잡았다. 땀으로 졌어있어 최태식의 손도 축축하게 젖어들었다. 목에도 땀이 흥건하게 흐르고 있었다. 뒤로 재껴진 머리의 고통 때문인지 곽태성의 의식이 희미하게 돌아오는 것 같았다.

"너 뭐야~ 새끼야..."

힘없는 짧은 욕이 곽태성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내가 이런 말 하긴 그러지만. 나쁜 짓을 했으면 죗값을 치러야지. 나를 원망하지는 말고 너 자신을 원망해라"

주형과 대화할 때 평범한 사람처럼 보였던 최태식의 얼굴에 다시 악마가 찾아와 있었다.

"씨발새끼야. 뒤지기 싫으면 좋게 말할 때 내려와."

곽태성의 의식이 돌아왔는지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내가 장난하는 거 같냐? 새끼 분위기 파악 못하네. 어쨌거나 미안하게 됐다. 잘 가라. 시간 없으니 여기까지 하자"

머리카락을 잡고 있던 최태식이 말을 끝내자마자 다른 손에 쥐고 있던 날카로운 사제칼로 곽태성의 목을 그었다.

'스으윽~'

탄탄한 육질의 정육점 소고기가 잘리듯 짧고 경쾌한 소리가 좁은 독방에 퍼졌고, 수고꼭지에 연결된 호수가 터지듯 붉은 핏물이 마룻바닥과 지저분한 벽에 쫘악 퍼졌다.

'컥컥,,, 컥,,, 컥,,,, 사람 살려.... 부... 부장님 살려주... 컥컥 커걱'

곽태성이 짧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외쳤지만 최태식은 바로 반대쪽 경동맥까지 그었다. 두 곳에서 터지는 피에 나무 마루가 흥건하게 젖어들어갔다. 수산시장의 파닥거리는 활어처럼 곽태성의 몸뚱이에 붙어있던 손발이 미친 듯이 펄떡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얼마 지나지 않아 스르르 멈췄다.

좁은 독방에서 멀리 퍼지지 못한 피 비린내는 그 둘과 함께 갇혀 버렸고 최태식의 코 끝에도 맴돌았다. 많이 맞아보는 냄새였다. 하지만 그전의 피 비린내하고는 달랐다. 이번의 비릿함 속에는 뭔지 모를 뿌듯함이 들어 있었다. 잡고 있는 곽태성의 머리에서 힘이 빠지는듯했다. 최태식은 직감적으로 다 끝났다는 걸 느꼈다. 손을 놓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곽태성의 안면이 바닥에 부딪쳤다. 여전히 피는 줄기차게 새어 나왔다. 등위에 올라탄 최태식이 깊은 한숨을 쉬며 내려와 벽에 기대었다.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

'나도 죽기 전에 한 번이라도 좋은 일 하고 가야지...' 조용하게 중얼거렸다.

운동을 끝낸 수십 명의 수용자들을 방에 입실시키고 인원 파악을 하려던 주형은 무의식적으로 담당실의 모니터를 봤다.

'저게 뭐지...'

무심결에 혼잣말이 나왔다.

'으아~~~'

 짧은 비명 소리가 주형의 입에서도 터져 나왔다. 정신없이 곽태성의 방으로 뛰었다.

"어... 어... 뭐 하는 거예요?"

독방의 철문을 열자 갇혀있어 멀리 도망가지 못한 피 비린내가 주형을 덮쳤다. 주형은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코를 가렸다. 말을 더듬으며 최태식에게 물었다. 그 상황은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었지만 그 말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부장님 제가 처리했습니다. 이제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최태식이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부어버린 듯한 지친 표정으로 주형을 바라봤다.

빨간색 페인트를 발라놓은 것처럼 흥건한 피가 마루 바닥을 뒤덮고 있었다. 처음 보는 위압감에 독방안으로 발을 옮기기 힘들었지만 주형은 곽태성의 상태를 확인해야 했다.

차마 신발을 벗을 수 없었다. 구둣발을 내딛는 주형의 다리가 흔들렸다.

"곽태성~ 정신 차려봐! 내 말 들려?"

주형의 목소리가 떨렸다. 곽태성은 대답이 없었다. 얼굴은 이미 창백해져 있었다.

어떤 상황인지 파악이 됐지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허리에 차고 있는 trs를 빼서 습관적으로 무전을 날렸다.

'통제실 3 동하 16실 응급환자 발생했습니다. 기동순찰팀 출동 바랍니다. 3 동하 16실 응급환자 발생했습니다. 직원 출동 바랍니다.'

'네. 여기는 통제실입니다. 현재 3 동하 16실에 응급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기동순찰팀은 신속하게 출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trs에 다시금 직원 호출 무전이 울려 퍼졌다.

"왜 그랬어요?"

주형이 벽에 기대앉아있는 최태식을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부장님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드리는 선물입니다."

최태식이 웃으며 말했다. 곽태성의 목을 그을 때 살인귀의 모습에서 다시 평범한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뭐라고요? 선물?"

주형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다시 물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곽태성이 여기 들어오기 전 어떤 범죄를 저질렀고, 부장님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최태식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무전을 들은 직원들이 스트레치카를 밀고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현장을 본 직원들은 모두 놀래 입을 다물지 못했지만 수습은 해야 했다.

곽태성은 밀차에 실려 보안과 앞 구급차로 옮겨져 바로 외부병원 응급실로 나가고, 최태식은 기동순찰팀에 팔이 꺾이고 수갑이 채워진 채 팀 사무실로 동행됐다.

주형은 바닥에 떨어진 최태식의 사제 칼을 주으며 뻗뻗하게 굳어 버린 자신의 몸을 일으켜 세우며 혼잣말을 했다.

'역시 선물을 받으면 기분이 좋구나....'

   

[어찌어찌 거의 다 왔다. 아마도 다음 회가 마지막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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