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나비 날아와 가슴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차갑게 식어버린 그곳에 몽글몽글 하얀 김이 피어올랐다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아련한 추억인 줄 알았는데
수만 년 빙하에 갇혀 버린 장미가 불타는 사랑에 녹아 빨간 꽃을 피우듯
희미하게 두근거렸다
두근 거림도 잠시 파란 나비는 날아가 버렸다
날아가 버린 자리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사랑도 그리움도 이별도 웃음소리도
그곳은 어느 봄날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되었다
바람이 되어 날아가 버린 그곳엔 상처가 생겼다
하얀 피가 흐르는 쓰라린 상처는 쉬이 아물지 않았다
아물지 못한 상처는 흉터조차 남기지 못했다
그렇게 어느 봄날이 떠나갔다
그리곤
뜨거운 여름이 오고
찬란한 가을이 가고
냉혹한 겨울을 보내고
또 어느 봄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