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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람의 구실 Feb 20. 2024

운동이 [이별]에 미치는 영향

운동이 즐거웠던 그 때를 떠올리며, 나를 위한 케이블 시티드 로우

2023년 6월. 주 7회, 1시간 운동을 고수하던 내게 운테기가 왔었다. 흔해 빠진 이별 때문이었다. 그에게 더 잘 보이기 위해, 더 성실해보이기 위해, 더 예뻐보이기 위해 운동을 해왔던 나였기에 더 이상 운동을 할 이유가 사라졌다. 어리석게도 원동력을 나 자신이 아닌 타인에 두고 있었기에, 그것도 이미 '떠나간 타인'이었기에 운동 의욕 마저 함께 떠나가버렸다.


내 일상 중 일부는 운동이었으나, 어느새 다른 것들로 채워져 있었다. 떠나간 그를 붙잡기 위한 갖가지의 무의미한 노력들로 가득했다. 제대로 된 끼니도 먹지 못한 채 어떻게든 재회할 생각 뿐이었다. 다시 만나면 잘하겠노라고 그렇게 무의미한 다짐을 했고, 부끄럽게도 각종 상담 사이트들을 둘러보며 각종 유료상담을 전전하기도 했다. 


'헤어진 남자친구와 다시 이어지는 법', '헤어진 남친에게서 연락오는 법'등의 유투브 썸네일로 가득 찰 정도였으니... 지금 생각하면 너무도 부끄럽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연애지식들만 늘어 오히려 내가 주변 지인들을 상담하는 '연애계의 오은영 박사님'이라는 소리를 우스갯소리로 듣곤 하지만(ㅋㅋ)


하지만 그 노력과 비용대비 그에게 돌아온 건 차가운 말뿐이었다. 그제야 난 마음을 단념하고 미련 없이 뒤돌아 섰다. 그러나 그 시간 동안 나에게 투자하지 못했던 것, 나를 아끼지 못했던 것, 무엇보다도 나를 건강하게 만들었던 운동을 하지 못했던 것이 후회의 파편이 되어 내 마음을 아프게도 찔렀다.


그 아픔은 곧 조울증으로 나타났고, 평소에 먹던 우울증 약을 다른 약으로 바꾸게 되었다. 그렇게 약을 두 달간 복용하고 났더니 살이 급격하게 찌기 시작했고 한달에 7kg이 쪄있는 나를 발견했다. 비록 약 때문에 체중이 급격히 늘어나긴 했지만, 그동안 운동하지 않았던 시간으로 인해 나의 삶도, 몸의 균형도 다 망가져 있었던 것이다.


2023년 12월. 그렇게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 불어난 몸을 마주했다. 약의 영향으로 인해 제대로 걷지도, 뛰지도 못했다. 물이 솜을 먹은 듯 몸이 무거웠고 예전의 속도로는 도저히 뛸 수가 없었다. 얼마 뛰지 못한 채, 트레드밀 앞에서 좌절했던 순간 눈 앞에 보인 건 케이블 시티 드로우였다. 


시티드로우는 케이블이라는 기구 앞에서 일정 무게를 당겨 들어올리는 동작인데, 이 운동을 참 좋아했었던 기억이 났다. 한 때 '등신'이라 불리게 했던 그 등근육들이 지금은 초라하게도 살에 파묻혔지만 그래도 내가 들어올릴 수 있는 무게만큼은 들어올려보고 싶었다. 그동안 겪었던 내 지난 아픔과 슬픔을 들어올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점점 15kg, 20kg.... 35kg까지 들어올리면서 원래의 컨디션을 조금씩 되찾아가기 시작했고, 이는 곧 성취감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도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내 자신을 위한 '들어올림'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점차 운동에 다시 의욕이 붙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아닌 오직 '나'를 위한 들어올림, 케이블 시티드로우. 안간 힘을 다해서 버티는 마음으로 운동하다보면 다시 등근육을 마주할 날이 올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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