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는 코어를 위해! 기본부터 천천히 윗몸일으키기
아직은 꽃샘추위가 내 몸과 마음을 차갑게 얼어붙이지만, 그래도 분명한 건 봄이 찾아왔다는 사실이다. 날이 따뜻해질수록 내 우울한 마음도 풀리겠거니 생각해 봤지만 과연 그럴까 싶은 생각이 든다. 오히려 잔뜩 낀 황사처럼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는 내 미래가 두렵기도 하다. 이런 궂은 미세먼지에도 꽃이 피는 걸 보면 그 생명력에 새삼 놀라곤 한다. 그렇게 잘 자란 꽃과 나무를 바라보면서 요즘은 힘을 내어보는 중이다.
사실 새해 첫날이 밝았을 땐, 새해를 맞이한 기쁨 보단 마음속엔 중압감만 가득했다. '이럴수록 돈을 벌어야 하는데', '이럴수록 내가 뭔갈 해야 하는데' 싶은 생각으로 머릿속은 꽉 차있었고 마음은 날이 갈수록 무거워졌다. 아무래도 30대 후반으로 접어들고 나니 삶의 무게를 제대로 느끼는 중인가 보다. 희끗한 새치가 조금씩 느는 걸 보면 더 그런 생각이 든다.
가뜩이나 이렇게 마음도 무거운데 충격까지 받아야 하다니. 참으로 세상이 잔인하단 생각도 들곤 했었다. 엄마는 돌발성 난청에 걸려 한쪽 귀가 안 들리게 되었고, 병원에서도 인공와우 수술이 아니면 가망이 없다고 했다. 아빠는 전립선암에 걸려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 중이다. 내가 나이를 먹는다는 건 가족들도 나이를 먹는다는 거니까 그래서 더 조급한 마음이 든다. '노화'앞에서는 그 누구도 강해질 수 없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가족들의 건강악화가 내게 있어선 가장 큰 충격이었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음에, 이 상황을 컨트롤할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했지만 이럴 때 일 수록 내 몸 하나라도 간수해서, 나라도 건강을 되찾고 돈도 벌면서 다시 활기차게 살아갈 생각으로 지금은 내 머릿속을 환기시키는 중이다. 처음엔 '내 건강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생각이라 여겼지만 더 멀리 보면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하게 된다.
내게 지금 필요한 건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었고, 그러기 위해선 건강하게 중심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흔히 중심을 코어라 부르고, 운동에 있어서도 코어근육이 제일 중요하다고 한다.
코어 : 인체의 중심부인 척추, 골반, 복부를 지탱하는 근육으로 등과 복부, 엉덩이, 골반에 걸친 근육을 통칭
필라테스를 30회 끊고 빠짐없이 나가고 나니 코어근육은 어느 정도 강화되어 있었다. 정말 다행이라 느꼈다. 병원에 가지 않고 운동 만으로도 자세가 교정되고, 코어 근육을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기도 했다. 비록 지금은 지하 헬스장에서 혼자 운동 중이긴 하지만.
그래서인지 그렇게 기피하던 윗몸일으키기가 이제는 한층 더 편안해졌다. 아직은 자세가 좀 어설프긴 해도 횟수가 순식간에 늘어가는 걸 보면 나 스스로가 뿌듯하기도 하다. 처음엔 배가 많이 나온 탓에, 코어근육이 전무하다 싶을 정도였기에 10번 조차 힘들었다. 그래서 예전에 PT를 받을 때도, 끝나고 혼자 운동할 때도 감히 윗몸일으키기는 도전하지 못했다. 일부러 피하며 다른 운동만 했더니 뱃살이 빠지진 않더라.
필라테스 횟수를 채우고 재등록은 아직 하지 않았다. 그 사이에 '코어근육이 뭐 얼마나 강해 졌겠어' 하고 별 기대감 없이 윗몸일으키기를 해봤는데 그동안 제대로 느껴보지 못했던 코어근육이 강화되었음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10번, 15번, 20번, 30번, 40번, 50번을 채워갔다. 5개도 힘들었던 몇 년 전의 내 모습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쉽다. 기구 운동까지 포함 헤서 3세트씩 하는 걸 지키는 편인데 이제는 첫 세트에 50번을 하고, 그다음 세트엔 30번씩 윗몸일으키기를 한다. 정말 제일 싫어하던 운동이 이제는 빠지면 섭섭한 운동이 되었다.
대단한 운동은 아니지만 이렇게 기본부터 충실히, 근육들의 중심이자 기본인 코어부터 단련해 간다면 어떤 충격적인 일도 이겨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건강한 나로 살아가며 곧 다가올 시련들에도 흔들리지 않길 스스로에게 바란다.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시몬스 침대처럼 어떤 충격에도 무너지지 않고 단단히 버티는 내가 될 수 있도록 오늘도 윗몸일으키기를 시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