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뽀 그만해!
유아원을 졸업하고 나와 학교 들어가기 전에 선행학습으로 한글과 수 연산을 깨쳐야 한다는 엄마의 생각에 주산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주산학원에서 한글도 가르쳐 준다고 해서다. 주산은 암산력을 높여준다고 하고. 거기에 다른 아이들도 선행학습을 하고 와서 뒤쳐질까 노파심에서도 다양한 이유가 작용을 했다. 그래서 집에 있을 새도 없이 유아원보다 먼 횡성읍내 안에 있는 주산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주산학원 첫날, 엄마와 함께 몇 번 길을 익히기 위해 등원을 한 후에 그 뒤로는 혼자서 시장을 가로질러 학원에 갔다. 이 때 나이 7살. 그래도 혼자서 다닐 수 있는 나이인가? ‘만’ 나이가 아니라 그냥 ‘한국’ 나이다. 만 5세였다.
횡성 시장은 5일장이라 5일마다 북적북적 되었다. 다니면서 어른들에게 치이기도 했다. 맨처음에 아무말도 못하고 그냥 길을 비켜줄때까지 기다려서 학원 등원시간에 늦은 적도 있었다. 그래서 선생님에게 ‘왜 늦었니?’이 말에 사실대로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말하는 지 알려주셔서 그 다음부터는 알려 준대로 ‘비켜주세요.’라고 말하니 어른들이 비켜주었다. 괜히 겁먹고 말 못 꺼냈다 싶었다. 한마디로 난 대범함이 있었다. 겁먹어도 맞선다.
“에잇! 한 번 해 보지모. 혼나기밖에 더해?”
이 마인드로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을 때 어디선가 볼에 뭔가가 닿는 순간이 생겼다. 깜짝 놀라서 돌아보면 아무도 없었고 각자 자신의 할 일을 하는 아이들 뿐이였다. 난 옆 짝궁으로 있는 남자애를 쳐다보았지만 무심하게 주판을 굴리며 내 준 숙제를 하고 있었다.
‘얘가 해 놓고 무심하게 있나.....?’
나는 깜짝 놀란 눈으로 쳐다보다가 다시 시선을 단어연습으로 선생님이 쓴 글자를 따라서 20번쓰는 숙제를 자리에서 계속 하고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에게 발음을 따라하거나 내가 직접 읽어보기도 하면서 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바로 주산반으로 옮겨서 주판을 꺼내 숫자가 잔득 써져 있는 교과서를 내었다.
쪽!
또 쪽.... 이번에는 짝궁이 여자인데 그럴리없다. 정말 점점 미궁으로 빠지게 되는 뽀뽀세례.
‘같은 여자니까 할 일이 없겠지?’
나의 의심은 계속 되었지만 잠시 의심을 접어두고 주판알을 굴렸다. 나이가 지긋하신 주산반선생님은 자신이 숫자를 불러주면 학생들이 따라 주판알을 타탁 대며 계산을 했다. 그리고 손 들어서 정답을 맞췄다. 그 후 각자 주산교재에 있는 문제들을 풀어서 선생님에게 검사도 받았다. 그 때 난 선생님에게 다가가다가 뽀뽀를 또 당했다. 은근 화가 났다. 누군지 모를 인간에게 계속 볼을 내 주다니!!
화난 상태로 선생님에게 가서 화를 삼키며 검사를 받고 나와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그래서 밖에 나가 아아악!하고 소리도 질렀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그 때 나보다 키가 큰 남자애가 다가왔다.
“왜 소리 질러?”
얼굴은 히죽이며 말하는 꼬라지가 참.... 밉상이다 생각이 들었다.
“내 맘이야. 알 필요 없어.”
그랬더니.... 바로 옆 볼에 뽀뽀를 하고 유유히 사라졌다. 깜짝이야. 나 이거 때문에 화 난건데!
그래서 당장에 쫓아가서 뒷덜미를 잡았다.
“너야? 내 볼에 뽀뽀질 한게? 야~ 며칠을 이래? 너 나에게 악한 감정 있어?”
내가 화냈다. 당황한 그녀석은 얼굴이 벌게졌다.
“야, 이게 화낼 일이야. 내가 너에게 악한 감정이 있음 뽀뽀 하겠니? 바로.... 좋아하니까!”
순간 고백을 한다. 난 이녀석을 모르는 데 갑자기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난 이 때 그 단어나 의미
를 몰랐다. 그래서 뭔소리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해 있었다.
“좋아하다가 뭐야? 먹는거?”
“뭐?”
이놈....의 이름은 기영이. 나보다 일찍 이성에 눈을 뜬 거다. 나로 인해.
“야, 좋아하는 걸 몰라? 이야... 너 아직도 어리구나.”
“응. 어리지.”
난 뭐든지 쉽게 수긍해서 상대방을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그래서 정말 ‘좋아하다’뜻과 감정을 몰라서 수긍하고 어린 것도 맞아서 또 수긍을 한거다. 씨익 웃으면서 얼굴 벌게진건 사라진 그 녀석의 얼굴은 하얗다. 귀엽다면서 동갑내기 인데 지가 오빠란다.
“웃겨!”
그리고 그 발에 삐져서 볼에 공기를 빵빵하게 담고 성큼성큼 주산반교실로 향한 나.
그 뒤에 그 놈은 귀엽다며 홀로 좋아했고 그 뒤의 뽀뽀 세례도 계속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