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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솔현 Sep 16. 2024

행복은 내 곁에......

나는 비혼주의자다. 언제부터라면 과장되게 말하면 15세쯤이였다. 부모님의 결혼생활이 그저 그렇게 재미없어 보였다. 엄마를 보니 다 자식과 남편을 위해 희생 아닌 희생을 하는 것처럼 보여서다. 


‘난 결혼 이란 걸 하지 말아야지!’


나도 나중에 엄마가 될 건데, 이렇게 살기는 싫었다. 주도적인 삶이고 싶었다.

고등학교를 갔다. 학생들을 어떤 인재로 배출 하려고 하느냐고 질문에 달랑 ‘현모양처’. 내가 사는 지역의 명문여고가 ‘현모양처’를 배출하기 위해 고입고사에서도 고득점 학생만 받는다. 기가 찼다. 학력이 높아야 그 만큼의 남편을 얻는다고 말이다. 남편을 얻기 위해 현재를 희생하고 자신보다 남자를 우위에 올려야 하는 건가? 교장부터 일개 선생님까지 여고인데 싹 남자였으니 할 말이 없다. 이 고루한 분들의 생각이니려니.

4년제 대학을 갔다. 내신이 좋지 않아서 모두가 4년제 대학 문턱을 못 넘길거라 예상했다. 근데 반전! 수능으로 승부 봐서 4년제 대학을 당당히 입학을 했다. 여기서도 난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을 휘두르는 걸 경험했다. 정말 화가 나서 ‘내가 남자 머리 위에 서겠다!’고 다짐을 했다.


직장 생활을 졸업하자마자 시작했다. 첫 직장에서는 정말 힘겹게 다니며 능력을 힘껏 발휘했다. 남자직원들과 상사들이 놀랄 정도로. 실적이 그들을 넘겼다. 오히려 간담이 서늘하게 만들었다. 계약직이였는데 정규직 시험에 워낙 현장실무점수가 좋아서 당당히 합격할 거라고 다들 그리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난 ….. 시험을 포기했다. 우울증과 대인기피가 심해져서 오히려 병원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파란만장한 10대, 20대를 보내면서 쉬지 않고 달려왔다. 오히려 요양기간이 나의 숨쉬게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살림’의 한 획도 몰랐는데 배우기 시작했고, 손 놓았던 글쓰기, 뜨개질과 영상제작을 독학으로 공부했다. 공부 아닌게 없더라. 다 배움이 기초로 되어 있기에 두뇌활동을 계속해야 하는 거다.

30대 통으로 그냥 살림만 하고 말았냐면 그건 아니다. 직장생활을 잠깐했다. 그리고 직장생활 아닌 다른 형태의 직업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덕에 어떤 직업형태가 있는지 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그러면서 난…… 목적했던 진정한 ‘비혼주의자’이 되었다.

 

그런데 이게 잘 티가 나지 않는다. 40대가 되니 내가 유부녀로 주변사람들이 알게 되어 있었다. 솔직하게 말해도 믿지 않는다. 사별한 남편이 있다는 둥~ 불임부부라는 둥~ 아예 없는 남편이 여기저기 툭툭 튀어나온다. 그래서 남편 흉보고 아이흉 보면 참 난감하다. 나도 같이 흉보자는 건데 애당초 없는데 있지만 말을 하지 않는다고 눈총을 받기도 했다. 솔직하게 “저 비혼이예요!”라고 해도 믿지 않는다. 솔직하게 말하는 데 왜 믿지 않고 오해도 해서 힘들게 하는 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 비혼은 정상적인 길에서 벗어난 갓길이다.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이 최근에 많아졌다한다. 이혼한 분들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미혼도 많지. 미혼도 어떻게 보면 비혼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자신은 부정을 하지만. 결혼 생각이 있냐 없냐의 차이다. 그러면서 미혼들도 비참하다는 식의 영상이나 글을 보게 된다. 우리나라의 성공한 사람상은 혼인에 골인한 남녀다. 그리고 그냥 혼인만 있는 게 아니라 아이를 낳아야 한다. 엄마가 그런다. 혼인을 하는 건 아이를 낳기 위해서, 대를 잇게 하기 위해서 라고 말이다. 그리고 딩크족(아이 없이 사는 부부)으로 살면 잠깐 좋지 아이 땜에 웃고 우는 날이 얼마나 많은 줄 아느냐며 열변을 토하셨다. 그러면서 나를 보며 이렇게 말하셨다.
 
 

“다행이다. 너 하는 거 보면 결혼했다 바로 이혼했을 거 같다. 살림을 이리도 못하니”


지금까지 난 자화자찬을 하는 건가. 사실 난 아직도 살림이 뭔지 모르겠다. 가족을 꾸려 나가는 건데 아직도 엄마라는 존재가 있어서 나서지 않고 있다. 사실 아직도 뭘 모른다. 엄마가 있기에 보조로 돕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너무 부모에게 의지하고 있지는 않다. 난 20-30대에 벌어 놓은 게 있어서 금융이자생활를 해서 자금은 풍족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부족하지 않는 지갑을 갖고 있다. 금융이자가 많지는 않지만 말이다. 부모님에게 용돈을 드릴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비혼이 굳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편하다. 남 생각 하지 않아도 되고 내가 워낙 배려를 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스타일인데 그러지 않아도 되니까. 아싸지만 행복한 아싸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지금 상황이 좋다.

권하는 건 아니지만 비혼을 색안경끼고 바라봐 주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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