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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솔현 Sep 23. 2024

요리가 쉽지 않지만 재미있다.

요즘에 요리가 재미가 있다. 그냥 집에서 먹는 반찬을 하는 데 그 반찬들을 만드는 재미가 솔솔하다. 내가 14년전에 전혀 꿈을 꿀 수가 없었던 일이였다. 그러나 지금 내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다. 요알못인 내가 요리를 잘 하게 된 거다! 역시 요리도 배워야 할 수 있다. 선천적으로 아는 게 아니다. 엄마는 손끝이 야무진 사람은 척보면 척이라고 하시지만 이들은 요리를 이미 어릴 때부터 접해 본 사람들일 거다. 누구나 배우는 과정이 있고 쉽지만은 않았다.


나는 지금까지 한 반찬들 중에서 콩나물볶음이 지금 제일 쉬운데 14년 전엔 무엇보다 어려운 일이였다. 엄마의 가르침을 받았다. 먼저 요리하는 모습을 보란다. 그 후, 레시피를 적는다. 거기에 따라 한 번은 시범을 보고 따라 만들어 본다. 엄마만의 레시피를 외운다. 레시피를 외우고 요리법을 익숙해 질때까지 엄마 요리를 보조한다. 보조를 10년은 했나보다. 그 후 배우기 시작한 11년째부터 보조 일을 청산하고 직접 요리를 한다. 맛감정사 아버지가 언제나 엄지척 올려주니 더 의욕이 난다. 근데 이 엄지척 의도는 ‘이제 다 배웠으니 엄마는 쉬게 하고 네가 다하라’는 뜻이 내포 되어 있다 생각된다.


15년전의 난 요리책을 볼 줄 모를 정도로 문외한이였다. 여자인데 그 동안 뭐했냐고? 워낙 요리에 관심이 없고 엄마도 걸리적 대기만 한다며 주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요리를 시키지 않아 -시켜도 심부름만- 전혀 몰랐다.


내가 요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대학시절 4년동안 이였다. 이때 자취했다. 요리를 전혀 못하고 요리책도 볼 줄 모르니 시중에 판매하는 3분요리를 다 먹어보고, 고기 굽는 것도 어설퍼서 다 튀고…….정말 입맛을 버렸다. 근데 지금 유튜브를 보니 나뿐만 아니라 워낙 요리에 관심 없는 여성분들이 많더라. 다들 영상에서 ‘어떻게 해 먹는 거지?’하거나 사 먹거나 한다. 나도 자취할 때 1년은 어느 가정음식하는 식당을 정하고 먹었다. 그러나 여자라고 정기권을 끊어 줄 수 없다는 차별적인 말을 들었다. 남자였음 정기권을 끊어 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왜냐면 남자들이 1인상을 받고 자주 보는 이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나만 여자였던 건가? 동성인 여자들도 남녀 차별을 하는 데 대한민국의 성차별이 사라지지 않지.


30대 되어서야 요리를 엄마가 가르치기 시작했다. 30대가 되었는데 요리 하나 못하는 바보가 되어 있어 엄마가 한심 해하시며 가르치기로 마음먹으셨단다. 그 과정이 참 고생스러웠다. 아무것도 모르니 처음부터 일일이 다 가르쳐야 했기 때문이다. 칼 쥐는 법부터 식재료 다듬는 법까지 세세하게. 중국집을 가면 양파 까는 법부터 가르친다고 하지 않던가! (내가 여기저기 들을 바로는) 


요리 배운 순서는 찌개->국->마른반찬->나물 순이였다. 식재료가 싱싱하면 다 맛있다. 식재료 싱싱하고 안 하고의 구분법도 마트와 시장에서 엄마 옆에서 설명을 들으며 배웠다. 이도 참 어렵더라. 어느 부분을 봐야 하고 만져 보기도 하면서 눈 감별도 잘 해야 한다. 어쩔 땐 싸다고 샀다가 싼 게 비지떡이라고 맛없는 것도 집어 오기도 한다. 무엇보다 식재료가 싱싱해야 음식도 맛난다.

 

소금간도 잘 맞추면 풍미는 배가 된다. 소금간도 얼마만큼 넣느냐가 관건이다. 그 방법은 간단하다. 요리하면서 맛을 보는 것이다. 맛을 보면서 소금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라 배웠다. 요리하는 그릇의 크기, 식재료의 크기에 따라 음식에 들어가는 조미료들의 양이 달라진다. 이 중요한 점을 엄마는 일찌감치 깨달으셨다. 그러니 나도 맛을 잘 내게 되었다.


 많은 음식 중에서 내가 제일 잘하는 음식은 돼지고기 김치찌개다. 우리 집의 김치찌개는 단순하다. 익은 김치+고추장+다시다+돼지고기 투하 후, 볶다가 적당히 돼지고기가 익은 것 같으면 물을 적당량 붓고, 간마늘과 대파를 넣고 더 끓이다 소금으로 간하거나 다시다를 좀 더 넣거나 해서 맛을 내면 끝. 요리 배우면서 잠깐 문화센터에서도 요리반에 배운 적이 있는 데 김치찌개 하는 법이 무척 어려웠다. 육수내고, 갖은 양념을 했는데 별 맛이 없었다. 그것도 같은 돼지고기 김치 찌개였는데 돼지 비릿한 냄새도 났다. 완전 엄마에게 배운 것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했지만 요리반에서 배운 게 정석이겠지. 우리는 야매.


그래서 내가 배운 집안일 중에서 제일 머리 쓰고 이것저것 생각해 내야 해서 어려운 일이 요리다. 그러나 왠만한 레시피는 다 외운다. 식재료를 보며 어떤 음식을 만들까 생각도 해 낸다. 얼마 전까지 바로 생각이 나지 않아 잠시 냉장고 문 앞에서 우두커니 서 있어야 했지만 지금은 척척 생각해 내서 요리를 해낸다. 엄마가 ‘용’되었다고 언제나 행복해하셔서 나 또한 기분이 좋다. 나도 내 자신이 참 대견하고 자랑스럽게 생각이 든다. 지금도 도마질은 어렵지만. 엄마는 빠르고 가늘게 가지런히 예쁘게 잘 써시지만, 난 15년째인데 뚜걱뚜걱 굵직하게 가지런하지 못하고 밉다. 거기에 칼에 손도 잘 벤다. 그래서 가끔 도마질을 엄마가 해 주신다.


요리로 얻은 자신감으로 무엇이든 해 낼 수 있는 용기가 배가 되어 어떤 고난에서도 이겨 낼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든다. 여러분도 요리 못하면 요리학원이라도 다니면서 도전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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