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덜렁대는 성격인데 희한하게도 물건에 기스 가는 거 보면 가슴이 아프다. 그래서 기기에 커버를 씌운다. 어쩔땐 내가 원하는 게 없을 땐 손수 떠서 기계에 옷을 입힌다. 이럴 때 손뜨개질을 알아 둔 점이 참 좋은 일이다. 당연히 바느질도 할 줄 알지만 내가 사는 곳은 천을 살 수 있는 곳이 없기에 할 수가 없다. 퀼트도 잠시 배워보고 싶었으나 바느질을 촘촘하게 한 거 보니 내 급한 성격에 맞지 않아 보였다. 손가락에 찔려가면서 하기가 싫었다.
바느질이 아니면 뭘로 옷을 입혀야 할까 고민을 하니 내가 뜨개질은 할 수 있어서 이 기술?로 내 전자 기기들은 다 옷을 입혀보자 생각했다. 그래서 자투리 실과 집에서 구할 수 있는 단추로 만들었다. 다 내 머리 속에서 나온 거라 따로 도안이 없다. 이번에 만든 노트북 커버(완성도가 낮아서 보여주기가 남부끄럽다.) 기스 나지 않게 보관할 수 있어 나름 뿌듯해 하며 만족해 한다. 캐시미어 실이 잘 늘어나는 줄 몰랐다. 그래서 잘 늘어나서 쉽게 노트북을 넣다 뺐다 할 수 있어 편하다.
내 성격이 그리 완벽주의자는 아니다. 그렇다고 결벽증이 있을 정도로 청결을 중시하는 성향도 아니다. 책도 새것처럼 봐서 교과서, 교재도 깨끗하다. 난 왜 이렇게 생활 기스나 상처가 생기는 게 싫을까. 난 맨 여기저기 부딪혀서 상처가 생겼는데 말이다. 잘 부딪히는 사람도 있긴 하겠지.
또 내가 기기 옷을 입히는 건 파우치를 상점에서 찾아서 사면되는데 아쉽게도 내 기기들에게 맞는 파우치나 커버가 없어서다. 이번 노트북도 갤럭시북3인데 갤럭시북3프로는 많이 있으나 갤럭시북3는 없었다. 그래서 내가 손수 만들게 되었는데 남 앞에 내 보이기 어렵게 되었다. 늘어나지 않는 실을 썼어야 하는 데 잘 늘어날 줄이야. 카메라 1대는 파우치를 샀지만 크기가 커서 어디 갖고 다니기 어려워서 만들고, 하나는 구형카메라라 파우치가 아예 없어서 만들었다. 그리고 뜨개질 장비를 둘 주머니도 만들고. 뜨개질을 할 수 있다는 게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만약에 내가 미싱기술을 배웠으면 천 떼다가 다 천으로 만들었을까? 그렇겠지?
내가 물건을 아끼는 건데 험악하게 쓰지도 않는다. 가끔 물건을 갖고 이동 중에 떨어트리기도 하지만.^^;; 충격 완화는 아주 못 되어도 약간의 충격을 덜 받겠지?하는 심정으로 기기들을 오래 쓰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물건과 나를 동일시하나보다. 물건에 기스 생기면 내 마음이 아프니까. 애묘,애견인들이 자신이 기르는 고양이나 강아지가 아프면 가슴 아프듯이 말이다. 내가 물건에 사람처럼 느껴져서 그런건가 보다. 그러면 물건은 물건이고 동물은 동물일 뿐이라는 보통생각이다. 그러나 난 그게 동물이 아닌 물건으로 향한 듯하다. 외롭다는 건가. 난 그다지 외롭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하루가 바쁘게 흘러서 오히려 주변을 돌볼 마음 여유가 부족하다. 아니 주변에 관심이 적은 것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엄마라는 존재가 내 주변을 돌봐 주니까. 안심하고 맡겨서 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거다. 엄마도 그릇과 다육이에게 마음을 주셨다. 그릇도 기능과 모양 대로 사 모으셨다. 내가 말릴 정도로. 예쁘다 생각이 들면 사서 일일이 다 닦아서 음식 코디할 때 쓰셨다. 집에서 먹는다고 막 먹으면 마음도 흩어지고 기분도 좋지 않게 된다면서 자신을 가꿔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 건강한 삶이 된 단다. 그리고 마지막엔 언제나 누구나 혼자가 되니 굳이 결혼이라는 걸 할 필요가 없다고도. 지금 아빠와 한 집에 살지만 따로 노신다. 서로 맞지 않아서 여행도 따로 다니시고 대화는 엄마의 잔소리다. 이런 걸 보면 왜 결혼해서 사나 싶다. 속 끓이면서.
그래서 내가 물건이 좋은 이유는 바로 잔소리나 나와 다른 말을 하지 않아서 일 거다. 언제나 내가 필요할 때 적재적소에 내 손에 들려 내가 하고자 하는 바를 이뤄주니까 기스가 생기면 덩달아 나도 싫은 건지 모른다. 나는 지금까지 나를 위한 ‘친구’자체가 없었다. 다 나의 도움만 받았지 되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이 손해만 봤다. 그래서 사람 만날 때는 재게 된다. TV시사 프로그램에서 사람 믿었다가 쪽박 차는 착하고 순박한 사람들이 나와 성토하는 거보면 더욱 사람을 믿으면 안되겠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내 물건에 아프지 말라고 옷을 입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