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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솔현 Oct 24. 2024

근자감1

자신감이 생기다.

이렇게 힘겨운 투병과정을 겪으며 의사님이 약을 잘 쓰고 내가 재활을 잘 한 덕에 지금의 모습 멀쩡한 사람보다 더 멀쩡한 상태가 되었다. 내 상태가 어떤지 궁금하다면 유튜브에서 “통통팬더로그”라고 검색해서 보면 알게 된다. 얼굴 없는 영상들이지만 정주행하다보면 내 나래이션의 말투가 점점 달라지고 행동도 변화한 걸 느낄 수 있다. 걸을 때 어깨가 구부정했는데 지금 어깨를 피고 허리 피고 잘 걷는다.

걷는 것도 무너져서 허리 구부정한 할머니 모습이였다. 그것도 30세에. 이 무너진 걸음걸이를 고치고, 말투 고치고, 어두운 생각 고치느냐고 10여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나는 지금 자신감이 충만했다. 어딜 가나 콧대를 뻣뻣하게 들고 다닌다. 그리고 한치도 기 싸움에서 지지 않는다. 예전에 지지 않아서 당돌하다는 소리도 들었었다. 그러나 어느때부터 당돌했던 아이는 어디 가고 의기소침하고 자존감이 바닥을 넘어 밑바닥 친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12년만에 당돌한 여자로 변신해서 집에 다소곳이 앉아 있게 되었다. 나의 풍기는 분위기는 부드럽고 따뜻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눈빛이 날카롭고 말에서는 냉기가 핑핑 뿜어져 나왔었다. 근데 3년만에 이런 눈빛과 말이 한층 부드러워져서 겉모습과 일치가 되었다. 정말 되돌아 보면 내 노력은 아무도 모르지만 눈물겹다.


자신감이 거저 생긴 건 아니다. 내가 어머니에게 전수받은 요리와 내가 하고 싶어서 한 뜨개질, 종이접기. 어머니의 자극으로 시작한 그림그리기와 영상찍기를 할 수 있다. 다 중간정도의 경지에 오른 후 더 하고 만들고 싶었는데 어머니가 다 정지 시켰다. 

“할 줄 만 알면 돼.”

아니,그래도 끝을 봐야 할 거 아니요… 끝장을 보라면서요?

그래서 뜨개질도 참 열심히 인형 뜨고 커버들 떴는데 남 주고 버렸다. 종이접기는 잘 접었다. 근데 마땅히 이도 둘 곳이 없어 꾸깃 해서 버렸다. 그나마 남은 건 그림 그리기와 영상제작. 이는 둘 곳이 없어도 보관 가능하기에 지금까지 계속 하고 있다. 디지털 드로잉을 하고 영상을 제작하는 데 몇 가지 노트북과 폰, 삼각대만 있으면 되니까. 요건 단출하다. 그리고 2012년부터 시작한 블로그 글쓰기. 이게 확장 해서 웹소설과 에세이를 쓰는 단계까지 올랐다. 모르는 방문객들에게 글 잘 쓴다는, 다음 글이 궁금해 진다는 칭찬을 받으니 으쓱해졌다. 관련 위촉직으로 남들 합격하기 힘들다는 일도 했다. 그리고 브런치스토리 작가 되는 것도 합격하기 힘들다는 데 이도 한 번에 되어서 연재를 한다

또한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했다. 외국어학습책이 너덜너덜 해 질 정도로 읽고 외우고를 반복했다. 비즈니스영어나 토익점수를 바라는 게 아닌 취미공부, 일상대화가 가능하게끔하는 게 목표였다. 그래서 그 목표를 이뤘고 제3,제4 외국어공부도 했다. 많은 외국어를 건드려서 일상적인 말을 조금씩 한다. 이제 심도 있게 영어는 작문능력을 키워보고 싶고, 일본어와 스페인어는 영어만큼 키워졌음 좋겠다. 일본어는 워낙 외워야 할 게 많아서 좀 싫었다. 그러나 유튜브 추천페이지에 곧잘 일본영상들이 뜬다. 또 스페인어는 내가 재미가 있다. 스페인어는 영어 다음으로 영향력이 클 거라는 신문의 지적에 시작했다. 스페인어가 재미 졌다. 발음도 혀를 굴려야 해서 좀 어렵긴 했지만 불어나 러시아어보다는 낫다.


이런 능력의 소유자가 되어 어떤 질문과 기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잘난체가 아닌 잘남을 드러낸다.

난 한 없이 자신을 낮춰야 한다고 나를 과소평가하는 어머니가 그런다. 그래서 자존감이 많이 낮아졌다. 그 때 내가 직장생활 하면서 정말 이기적이고 고약한 성격의 소유자를 사수로 만났다. 정말 자기자신에 대해 철저히 방어를 하고 감정을 서슴없이 내질러서 감정은 참 건강하다 생각이 들었다. 아귀다툼도 마다하지 않고 냅다 고객이든, 상사든 아무에게나 냅다 소리부터 질렀다. 어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근데 이게 내가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한 없이 자신을 낮췄다간 요즘 화가 많이 난 현대인들 사이에서 못 버틴다. 그래서 사수의 감정이 건강한 모습을 배웠다.


그래서 나도 내 감정이 시키는 대로 한다. 화도 내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이 사수 만나기 전까지 난 내 감정을 억눌렀다. 감정이 없는 사람이였다. 있어도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나 참 잘났는데 어떻게 내 잘남을 드러내야 할지도 몰랐다.

그래서 이제 이 사수를 만난 덕에 나이 40세가 되어서야 난 내 자신을 숨기지 않게 되었다. 숨길수록 나만 손해 라는 걸 내 과거가 보여준다. 또 내 외모가 약한 여자를 연상시킨다. 뭐, 실제로는 열심히 운동해서 단단하다는 이미지를 주지만 말이다.


나 정말 열심히 산다. 한시도 멍 때리거나 하지 않는다.

완전 GOD生을 산다. 새벽 5시, 지금은 새벽 4시에 깨서 가족들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하면서 3시간을 자유롭게 보낸다. 3시간동안 아침(새벽)일기를 쓰고, 남의 영상들 보며 즐기기도 하고 영상분석도 하면서 잠깐 보다, 독서하거나 공부를 한다. 스탠드조명이 없어서 저렴이로 하나 장만했다. 가벼워서 학생들이 쓰는 스탠드조명을 두지 못하게 해서 숨겨서 사용 중이다. 없어서 노트북이나 갤탭만 들여다본 지난 날을 생각하니 지금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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