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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솔현 Oct 24. 2024

근자감2

취미는 나의 힘

나의 근자감(근거있는 자신감)의 원천은 독서에서도 찾을 수 있다. 30대 초까지 정말 자존감이 바닥을 쳤었다. 그 자존감의 밑바탕은 자기 혐오가 깔려있었다. 이 혐오를 줄이기 위해 나의 또다른 노력은 ….. 서적을 읽는 거였다. 다 힘든 환경에서 타칭 성공한 삶으로 기사회생한 책들이다. ‘바보 빅터’, ‘마시멜로이야기1,2,3’, ‘긍정의 힘’… 등등의 책을 어머니가 골라서 쥐어주셨다. 난 이 때 무기력이 심하게 와서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다.


처음부터 뜨개질, 우쿨렐레 연주를 한 건 아니라는 거다. 


나의 유일한 취미는 독서였다. 북쇼핑을 즐겼고 그럴 때마다 엄마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지만 정작 책은 북쇼핑 한 만큼은 사지는 않았다. 둘 공간이 턱없이 모자랐고 책 넣을 공간 만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이사 가서도 내 방이 좀 좁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사 가기 전의 아파트의 내 방은 붙박이장과 화장대겸 수납장, 침대로 꽉 차 책상 넣기도 빠뜻했다. 그래서 10년은 책상 대신 침대에 트레이를 올려놓고 활동을 했다.

또 빠트릴 수 없는 건 일기다. 매일 이도 썼다. 지금도 쓴다. 별의 별 생각의 전환과 그날 있었던 일, 계획등을 적는다. 그러면서 은연중에 ‘난 할 수 있다. 아니 해야 한다.’고 자기 암시를 걸었다. 


“난 나을 것이다. 병 발병 전의 모습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리라.”


그래서 나의 재활은 눈물 겹지만 말로 장황하게 나열을 못한다. 반복적인 루틴을 만들었기에 이 루틴대로 살고 있다. 그래서 갓생루틴을 내 몸에 맞게 습득하고 의사의 적정한 처방과 내 의지로 지금의 나은 나를 만날 수 있었다. 질환을 이겼다는 그 힘이 또다른 나의 자신감이 되었다.


나는 치료를 받고 재활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심한 우울증을 제대로 치료를 받아서 내가 비슷한 환자들의 모범이 되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건 내 재활의 원동력이 되었다. 모범적으로 재활에 성공해서 환자들 앞에서 내 재활경험을 나눠준다는 과거의 내가 생각한 게 지금 현재가 된 내가 막상 닥쳐보니 좀 힘든 일이였다. 환자가 나설 수는 없다는 걸 어디서 봤다. 완치 되려면 약을 완전히 끊어야 하는 데 난 약을 완전히 끊을 수 없어서 완전한 완치는 아니다. 그래도 약 덕이라도 일상생활이, 겉모습도 보통사람만큼 자연스러워졌다. 아니 더 행동이나 말투가 보통 한국인보다 감성적이고 자연스럽다. 정말 인간승리라고 밖에 할 수밖에 없다. 부모가 약을 챙긴 건 최근이다.


내가 상태가 약을 먹으면서 좋아지는 모습을 보니 약을 챙겨야 겠다 생각하셨나보다. 거기에 내 질환이 좋고 나쁨이 사이클이 있어서 쉽게 약의 용량을 줄이지 못한다. 좀 비싼 약을 먹고 있다. 조금은 약값이 부담스럽다.


그 사이 심하게 앓으면서도 소속감이 없는 게 참 싫었다. 소속감없는 백수라는 게 싫었다. 잠깐 문화센터에서 취미활동 하는 와중에 좀 좋지 않은 말도 들어서 더했다. 그래서 바로 직장을 찾아서 일을 시작했다. 자격증이 있으니 쉬이 취업이 잘 되었다. 입사하고 일을 잘 배워서 일이 남들보다 많았다. 일을 좀 빨리 끝내는 스타일이다. 아픈 와중에서도 일을 못 한건지 만건지 모르겠지만 괴롭힘이 있긴 했다. 유달리 난 괴롭힘이 많았다. 잘 대해주는 직원들도 많았지만 1마리 미꾸라지가 냇물을 흐리듯 몇의 괴롭히는 사람들 때문에 힘들긴 했다. 다수의 선량한 사람이 있지만 한 두명의 미꾸라지 때문에 괴로웠다. 그래서 길게는 약 3-4년 일하고 거의 2년 겨우 채워서 퇴직을 했다. 퇴직금은 일한 만큼 잘 받았다.


나의 근자감의 원천은 20대 때 딴 5개 자격증이랑 30대때 3개의 자격증을 더 따서 8개의 자격증이다. 1개는 갱신을 안해서 효력정지 된 거 같지만. 이것만으로도 난 능력자라고 생각해야 했다. 그러나 왜 난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자꾸 들었는지 모르겠다. 남들은 1개의 자격증도 없이 잘만 지내는 데. 오히려 남들보다 많이 잘난 사람인데.



이렇게 나는 독서를 통해 기초적인 자존감을 상승 시킨 후, 자격증 따고 질환을 이겨낸 저력이 있기에 지금의 보통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되어서 노트북 앞에 앉아 따각따각 키보드를 치며 글을 쓰고 있다.

20대까지만 해도 할 줄 아는 게 공부외엔, 일 외엔 없었다. 이거 빼면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는 바보였다. 요리도 못해서 대학생땐 매일 사 먹었다. 요리 레시피를 볼 줄 몰랐지만 지금은 응용해서 2인분을 4인분으로 만들어 먹는다. (가족과 함께 먹기 위해 4인분)


거기에 일정한 루틴을 만들어서 하루를 보낸다. 새벽기상-운동은 꼭 한다. 비 오고 눈 오는 날만 빼고. 햇빛을 봐야 우울증이 한 결 나아진다는 연구가 있어서 실천을 했는데 그 말이 맞다 생각이 들었다. 내 피부는 지금 보기 좋게 구리 빛으로 햇빛에 탔다. 


기초체력은 걷기로 다진 다음, 지금은 더 나아가 근육까지 생기게 자전거를 타주면 좋다. 당연히 안전한 정신상태가 되었을 때 자전거를 타는 걸 권유한다. 자전거로 달리는 차를 받으면 바로 황천길이니까.


나의 노력을 통해 근자감이 생겼다. 난 이로 봐서 내 이런 이야기를 들은 분들은 엄청난 노력가라고 평한다. 이래야 산다. 그래야 내가 남에게 꿀리지 않는다. 유통관리사2급 자격증 책을 보니 이런 권력을 지적권력이라고 한다고. 당당하게 내가 또 말 싸움에서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나를 살리고 나를 일으켜 세운 노력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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